"나 혼자서만 있다면'이름'은 무의미"
"나 혼자서만 있다면'이름'은 무의미"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4.03.0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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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청년들, '관계' 통해 삶 완성해야"

 

[신아일보=고아라 기자] "나 혼자서만 있다면 '이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아무개다'라는 말이 의미가 있는 법이지요."

한국의 대표적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고은(81, 사진) 시인은 8일 대학생 청중들에게 '타자와의 관계'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학생 단체 '젊음이 묻습니다' 주최로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명사 초청 강연에서 고은 시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여러분은 아마 싸우고, 또 싸워서 또래 10명 이상을 떨어뜨리고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일 것"이라며 "우리는 나 하나가 존재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자 '사람 인(人)'자를 언급하며 "지게를 세워 두려면 작대기가 필요하듯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네 삶은 반드시 다른 존재에게 의존하고, 관계를 맺어야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굴곡진 삶을 살아온 그는 시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무속인이 되려면 이름을 알 수 없는 병을 심하게 앓아야 된다"며 "나는 시(詩)를 전혀 몰랐지만 문학을 하기 위한 '신병(神病)'을 시대가 대신 앓아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쉽사리 지나치는 인생의 희로애락이라는 우물 안에서 바로 영감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나 역시 '허무주의'가 내 몸에 밴 시대에 문학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고은 시인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대학생들에게 "나는 하루도 글을 안 쓰면 삶이 재미없는 것처럼, 책을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눈병이 날 정도다"라며 다독(多讀)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미래는 어머니의 뱃속처럼 그리 행복한 곳만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의지가 땅에 부딪혀서 피가 되고, 땀이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번 잘 살아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