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흥덕고 교장, 학생들 요청에 '연임'
용인 흥덕고 교장, 학생들 요청에 '연임'
  • 용인/김부귀 기자
  • 승인 2014.02.2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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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교장 "학교 모두가 좋게 변화돼 정말 뿌듯"
 

[신아일보=용인/김부귀 기자]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하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학교 교육 모습을 몸소 실천에 옮겨 화제가 된 평교사 출신 이범희(53,사진) 용인 흥덕고교 교장이 계속된 학생들의 요청에 4년을 더 학교에 남게 됐다.

이 교장은 24일 인터뷰에서 "학생, 학부모의 거듭된 요청에 고민을 하다가 교장공모제에 다시 응모해 연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교생이 740여명에 달하는 흥덕고교 학생은 4년 전 교장공모제를 통해 부임한 이 교장의 임기가 이달 말로 끝나게 되자 A4 용지 3장 분량의 탄원서를 작성, 전교생 서명을 받아 학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장의 노력을 전해 들은 인근 학교 일부 학생의 '재임 탄원서'도 직접 또는 우편으로 도착했다.

청명고교 3학년이라고 밝힌 윤모(18)군은 흥덕고 교장실에 전달된 탄원서에서 "이범희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혁신학교 안착을 위해서는 흥덕고의 현 운영체계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이 교장의 연임을 요구했다.

흥덕고 학부모들은 수차례 학교 측에 이 교장의 재임 여부를 물어왔고, 올 3월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될 중학생들의 고입 설명회에서도 학부모들은 교장 재임 여부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장공모제로 당선된 윤리 과목 평교사 출신 이 교장은 2010년 개교 이후 소위 문제학생이 많다는 학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바꿈시켜 도내에서 주목받는 학교로만들었다.

잘못을 한 아이와 함께 운동장을 돌거나 지리산 종주를 하고, 매일 교문 혹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스토커'라는 별명도 얻기도 했다.

학급에선 분반 담임제(1학급 2담임제)를 운영해 학생들이 더 많은 보살핌을 받도록 했다.

수학여행 등 각종 학교 행사 결정권을 학생 자치에 맡기고 수직적이던 학교 문화를 수평적으로 변화시켰다.

이같은 이 교장의 노력은 이 학교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 주변 학교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흥덕고 3학년 김지민(18·여) 학생은 "교장선생님이 다른 학교와 많이 달라 학교 분위기가 정말 좋아졌다"며 "예전엔 수업 때 자는 학생도 많았는데 이제 서로서로 깨워줘 조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전체 학교 분위기가 변화됐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생, 교사, 학교가 모두 좋게 변화됐다는 점은 정말 뿌듯한 일"이라면서 "교장이나 교사가 바뀐다 하더라도 학교가 이 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학교 중심을 잘 잡아놓는 시간을 더 보내겠다"고 연임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