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립 통폐합 ‘함평군의 교육실험’
공·사립 통폐합 ‘함평군의 교육실험’
  • 함평/김진 기자
  • 승인 2014.02.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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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다리중고·나산중고 기부채납… 공립교와 첫 통폐합
▲ 김승호 전남 함평교육장

[신아일보=함평/김진 기자] 함평지역 사립학교들이 공립학교와 통폐합을 전제로 국가에 학교를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공립학교 간 통·폐합은 종종 있지만 사립학교 법인이 전 재산을 국고에 기부한 사례는 유례를 찾기 힘들어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함평교육지원청(사진·김승호 교육장)은 사립학교법인인 학교의숙이 학다리중·고와 실림학원이 나산중·고를 기부채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공립학교와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림학원은 다음달 1일 30여억원의 학교 재산을 전남도교육청에 내놓아 공립으로 전환하고, 학교의숙은 2017년 2월까지 재산 45억원을 기부하는 절차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함평교육지원청은 사립인 학다리고(15학급)와 나산고(9학급)를 공립인 함평여고(6학급)와 합쳐 2017년 21학급 규모의 거점고를 신설하고, 가칭 ‘함평학다리고’로 불릴 이 거점고는 함평골프고 터에 남녀 공학으로 문을 열게 된다.

또 사립인 학다리중(6학급)과 나산중(3학급)을 공립인 함평중(7학급)과 합쳐 2017년 15학급 규모의 함평중을 함평읍내에 새로운 학교 터에 세운다. 함평중은 남학생만 받고, 3개 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은 함평여중으로 옮기게 된다.

현재의 학다리고 부지에는 함평골프고를 이전해 300억원을 투입 명품 특성화고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나산중은 2016년 3월 교명을 그대로 유지한 채 174억원을 들여 공립 특성화중으로 전환되며,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미 기부채납을 결정한 나산중·고교는 올 봄 학기부터 공립으로 전환되며, 교육청은 이번 학기부터 이들 학교에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입학 대상 학생들을 인근 학다리중·고교로 임시 배치한다.

이처럼 함평지역 학교 통폐합이 주목 받는 이유는 이들 사립학교 법인이 공립학교로 전환한다는 것. 그동안 학교 통폐합은 공립학교끼리만 이뤄져 왔으며 사립학교가 폐교되더라도 학교법인은 존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사립학교가 법인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땅과 학교건물 등을 국고에 기부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림학원 김동균 이사장은 "학교도 살리고 함평교육발전을 위해서 어떤 선택이 좋은 것인지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다"고 말했다.

김갑수 학다리고 교장은 "이농과 학령인구 감소로 농촌학교가 위기다. 학교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길은 거점고 밖에 없다"며 "지역 학생들이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교육받아 우수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안병호 함평군수와 군의회 의장, 사회단체장 등 75명으로 구성된 함평지역 ‘적정규모학교육성추진위원회’에서도 학교통폐합 등을 통한 함평거점학교 육성에 합의했다.

김승호 함평교육장은 "농어촌 교육 정상화를 위해 사립학교 법인이 이처럼 소중한 결정을 해 통폐합이 이뤄지게 됐다"며 "이번 계획이 중앙정부 심사를 통과하면 최대 1000억원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아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에 투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함평군에는 중학교 8개에 학생수는 900여명이고, 고등학교 6개에 학생수 1,400여명에 이른다. 고등학교 재학생 수가 중학생 보다 많은 것은 인근 도시에서 지원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