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는데…” 감격 포옹
“죽은 줄 알았는데…” 감격 포옹
  • 태백/김상태 기자
  • 승인 2014.02.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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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신고 후 제사 지내고, ‘영혼결혼식’까지 올린 가족도
▲ 오른쪽 사진은 남측 임종석씨가 북측 오빠 임종수씨(80)를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아일보=태백/김상태 기자] 남북이산가족 2차상봉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오빠가 살아 돌아오다니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쟁통에 헤어진 가족을 60여 년 만에 만나기 위해 23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서 금강산으로 향하는 남측 이산가족 357명은 감격과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남측 이산가족 신청자 82명이 북측 가족을 만난 1차 상봉과는 반대로 이날 오후 시작되는 2차 상봉은 북측 신청자 88명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자리다.

남측 가족들은 6·25 전쟁 중에 소식이 끊긴 부모, 형제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쟁통에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가거나 잠시 나갔다 온다며 집을 나섰다가 행방불명된 가족들이었다. 사망신고를 신고하고 제사까지 지냈다. 영혼결혼식을 올려준 가족도 있었다.

열여덟 살에 6·25 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는 오빠 류근철씨(81)를 만나는 정희씨(69)는 “오빠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며 무당에게 점도 봤다”라며 “어떤 무당은 죽었다고, 또 어떤 무당은 살았다고 한 뒤로 찾는 걸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정희 씨는 “사망신고까지 한 오빠가 살아서 우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적 같았다”라며 “아직도 죽었나 살았나 믿기지가 않는다”라고 감격해 했다.

전쟁 중에 인민군에 끌려가 죽은 줄 알았던 오빠 신덕균씨(81)를 만나는 동생 수석씨는 “죽은 줄만 알고 있었는데 오빠가 북에서 우리를 찾는다고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라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라고 말했다.

6·25 때 헤어진 동생 방상목씨(84)를 만나는 누나 례선씨(89)는 “죽은 줄 알고 지내다가 느닷없이 살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첫날인 23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사분씨(왼쪽)와 김영순씨(오른쪽)가 북측 언니 김태운씨(79)를 안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금화(78)·추대(71)·금순씨(65)는 전쟁통에 이별한 언니 박계화씨(82)를 보러 금강산으로 향했다.

추대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네 자매 중 큰언니만 전쟁통에 사라진 것을 평생 한으로 생각하고 자주 우셨다”라며 “이제야 비로소 네 자매가 함께 만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전쟁통에 소식이 끊긴 오빠 전영의씨(84)를 만나는 경숙씨(81)는 “죽은 줄 알았던 오빠가 나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고맙습니다’하며 전화를 붙잡고 울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 있던 딸도 엄마가 평생 만나길 소원한 삼촌을 보기 위해 이틀 전 한국으로 들어와 동행했다.

열여덟살에 의용군으로 끌려간 후 소식이 끊긴 형 김영택씨(81)를 만나는 영덕씨(78)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기뻐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진정하느라 청심환까지 먹었다”라며 “만나면 건강하게 살아남아주셔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햇다.

이번에 2차 상봉에 나서는 북쪽 가족은 대부분 남쪽 가족보다 손 위다. 남쪽 가족들 중에는 어릴적 헤어진 가족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6·25 때 헤어진 누나 조매숙씨(82)를 만나기 위해 동생 돈방씨(69)와 함께 온 돈빈씨(72)는 “누나와 헤어졌을 때 내가 8살, 남동생이 5살이라 누나 얼굴이 잘 기억이 안난다”라며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