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에 학사모' 늦깎이 철학도 김세권씨
'63세에 학사모' 늦깎이 철학도 김세권씨
  • 김용군 기자
  • 승인 2014.02.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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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 위해 야학 교사로 봉사하고 싶어"
▲ 환갑이 넘은 나이로 원광대학교 인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김세권씨. 김씨는 60이 다 된 나이에 원광대 철학과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학사 과정을 마쳤다. (사진=연합)

[신아일보=익산/김용군 기자] "대학을 나오지 못한 한이 항상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44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게 돼 정말 기쁩니다."

20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김세권(63, 사진)씨는 고대하던 학사모와 졸업장을 받아 들고 대학 졸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의 나이는 이미 환갑을 넘겼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원광대 인문학부 철학과 학사과정을 마쳤다.

김씨의 마지막 학기 학점은 4.30점. 그동안 갈망하던 대학 생활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그는 마흔살가량 어린 학생들 못지않게 학업에 매진했다.

그는 "제가 살아온 시대가 그랬듯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다"면서 "50대 후반에 시작한 공부지만 젊은 학생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대학의 문턱을 넘은 것은 2008년. 40여년 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흥미롭기도 했지만, 과정 자체는 험난했다.

김씨는 "일단 수강신청을 비롯해 이메일로 과제를 제출하는 것 등 모든 학사 과정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며 "지금은 능숙하지만 컴퓨터를 켜는 것부터 이메일을 만드는 것까지 대학교에 다니며 새롭게 익혀야 했다"고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설명했다.

그는 전공으로 학문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철학을 택했다.

그는 "원광대에 입학하기 전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학문을 하는데 너무 직업을 얻기 위한 피상적인 공부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인간에 대해 깊게 성찰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철학을 전공해 이를 보완하고 싶었다"고 철학 전공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조금만 경제적인 여유를 갖추고 나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이나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면서 "미흡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