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부터 노래까지… 심은경 연기 눈길
1114만 넘은 ‘변호인’, ‘해운대’ 기록 눈앞
[신아일보=고아라 기자] 영화 ‘수상한 그녀’의 인기가 놀라울 정도로 매섭다.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는 개봉 13일 만에 400만을 돌파했다. 개봉 첫날 3위로 출발한 이 영화는 다음날 2위로 올라섰으며 설연휴기간 내 1위를 차지하며 ‘겨울왕국’을 따돌렸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수상한 그녀’는 지난 3일 758개 스크린에서 24만3957명의 관객을 동원해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416만4402명.
‘수상한 그녀’는 시간 여행을 통해 젊은 시절로 돌아가 가수의 꿈을 이루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른바 ‘타임슬립’ 영화다.
실정법 도입까지 끌어낸 ‘도가니’(2011)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전작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한없이 가볍고 유쾌한 상업영화를 들고 나왔다.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오말순(나문희) 여사는 며느리를 구박하고 손녀 대신 손자만 편애하는 70대 할머니.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하는 박씨(박인환)와 알콩달콩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상심한 마음에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던 말순은 길가에 있는 청춘사진관에 들어가 영정 사진을 찍는다.
사진관을 나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버스에 올라탄 말순은 젊은이들이 접근해 와 자신을 희롱하자 대로한다.
젊은이들의 뜨악한 반응에 이상함을 느낀 말순은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심은경)을 보고 깜짝 놀란다.
영화는 청춘 영화와 타임슬립형 영화들이 가진 사랑과 꿈, 추억 등 다양한 소재를 버무렸다. 20대에 갓 접어든 심은경이 70대 노인의 정서까지 품어 안는다. 그야말로 원맨쇼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훔쳐보기도 하고, 노래도 다양한 창법을 섞어 마음껏 부른다.
‘써니’(2011)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심은경은 후줄근한 바지에서 최신 유행복까지 팔색조로 변하는 말순의 의상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제법 차지게 소화했다. 대가급 연기자인 나문희와 박인환은 중심을 탄탄히 잡으며 극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평생 ‘주인 아가씨’를 짝사랑한 박씨의 사연은 애틋하고, 말순의 그악스러움도 눈길을 끈다. 취업 재수생 반한나(김슬기)와 음악에만 빠져 있는 반지하(진영)의 모습에선 ‘88만원 세대’의 잔영도 언뜻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기시감도 떠오른다. 젊은 말순을 좋아하는 손자의 모습에선 ‘백투더퓨처’(1985)에서 과거로 돌아간 아들을 사랑하게 된 엄마의 이야기와 오버랩된다.
주연배우 심은경의 능청스러운 할머니 연기, 의외의 노래 실력, 초대형 카메오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편 2위를 차지한 ‘겨울왕국’은 이날 782개 스크린에서 19만9167명의 관객을 더해 누적관객수 620만3325명을 나타냈다. 3, 4위는 황정민 주연의 멜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와 역대 9번째 1000만 관객 동원 한국영화 ‘변호인’이 차지했다. ‘변호인’은 누적관객수 1114만54712명으로 ‘해운대’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