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 우리나라는 '느긋'
신흥국 위기 우리나라는 '느긋'
  • 주장환 기자
  • 승인 2014.02.0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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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체력 '튼튼' 미 경제 회복 '여유'

[신아일보=주장환 순회특파원]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 시장이 위기를 맞을 수있다는 경고를 보낸 이후 우리 금융시장도 좌고우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블룰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100억달러 추가 '테이퍼링' 안을 발표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신흥국들에게 성장 둔화, 유동성 위기 등 펀더멘탈를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테이퍼링이란 양적완화 정책(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매입하거나 통화를 시장에 푸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말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와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통화 가치는 급락했고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인도 중앙은행총재 역시 미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 발표 후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의 정책적 공조 체계까지도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중남미 지역 금융 시장 혼란은 최소한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느긋하다.

만약 미국이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고 돈줄을 죄었을 때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단기간에 빠져나가면서 IMF때와 같은 혼란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아직 수면 위로 돌출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우리 증시가 휴장이었던 지난 설 연휴에 신흥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급등해 진땀을 빼게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은 총 1조6717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째 매도새가 지속되고 있어 우리도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는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느긋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테이퍼링은 미국 경제의 회복 신호탄이므로 자동차, TV, IT 등을 수출 일선에 내세운 우리에게는 오히려 호재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간의 안개가 걷히고 확실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숨을 돌리게 하고 있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미국경제가 우리에게 악재가 될리 없다. 테이퍼링 규모도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이어서 감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12년말 3270억달러에서 지난해말 3465억달러로 늘면서 사상 최고 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동시에 총외채중 단기외채 비중은 31.1%에서 27.1%로 줄면서 등 외채 구조의 건전성까지 개선됐다.

따라서 기초 체력이 튼튼하여 웬만한 파도에는 휩쓸려 가지 않을 것이라는게 낙관론의 근거다. 또한 외국인들의 안전자산 선호는 엔화강세로 연결될 수 있고, 이런 부분은 국내 수출 경기에 숨통을 트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멧집이 좋아도 오래 맞으면 견디기가 힘들다. ‘가랑비에 중 장삼 젖는다’ 했다. 신흥국 위기가 커질수록 외국인들의 태도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는 심정으로 점고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