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패, 이영표의 충고
한국 대패, 이영표의 충고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4.01.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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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영표.

"5대0으로 졌을 때는 솔직히 절망적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죠."

이제는 TV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초롱이' 이영표(37)의 말이다.

KBS 해설위원을 맡아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을 중계한 그는 인터뷰하는 내내 "후배들 힘낼 수 있도록 좋은 기사 좀 써달라"는 부탁을 몇 번이고 했다.

현지 시간으로 밤 10시에 끝난 경기를 중계하고 다음 날 오전 6시05분 샌안토니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이영표 위원은 피곤할 법도 했지만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한국 축구에 대한 우려와 선전을 기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멕시코에 0-4로 크게 진 대표팀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이 위원은 "나도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5대0으로 져본 경험이 있어 후배들한테 뭐라고 할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은 2001년 5월 프랑스, 8월 체코에 연달아 0-5로 참패를 당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의 별명이 '오대영'이라고 붙을 정도였다.

이 위원은 그때를 회상하며 "내 실력을 자책하게 되고 커다란 벽을 느끼게 되더라"며 "그때는 '이것으로 뭘 배우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고 그저 절망적이라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이런 패배가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렇게 지는 경기를 통해 많이 느끼고 배운다면 본선을 앞두고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0-4로 패한 것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프로축구에서 오래 뛰어 북중미 축구에 능통한 그는 "멕시코의 경우 1월부터 5월까지 후반기 리그가 진행된다"며 "한국이나 멕시코가 모두 국내파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멕시코는 지금 시즌 중이기 때문에 몸 상태가 우리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멕시코는 이 한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지만 우리는 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으로 이어지는 경기를 연달아 치러야 한다"며 어느 정도 고전이 예상됐던 경기라고 평가했다.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일방적으로 멕시코를 응원하는 등의 외부 환경도 우리에게 불리했던 것이 사실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위원은 "물론 팬들이 보시기에 화가 나고 월드컵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졌을 것"이라며 "이런 패배를 통해 후배 선수들이 더 분발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성과 함께 201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난 그는 최근 박지성의 복귀 논란에 대해 "(박)지성이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 위원은 "지금은 (박)지성이가 자신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밝힌 상태인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선수 자신의 생각이기 때문에 그걸 이해해주는 쪽으로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설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묻자 그는 "4대0으로 진 것보다 더 못했다"고 손사래를 치며 "축구 해설은 직접 해보니까 '방송'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겠더라"고 선수 시절만큼이나 진땀을 흘린 전·후반 90분을 돌아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