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포경수술 에이즈 및 요로감염 예방 효과 인정
WHO, 포경수술 에이즈 및 요로감염 예방 효과 인정
  • 주장환 기자
  • 승인 2014.01.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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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조속한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신아일보=주장환 기자] 포경 수술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아스피린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만큼이나 오래 지속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를 거치면서 포경수술을 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으나 이후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수술비율은 지난 2000년 75.7%에서 지난해 25% 선까지 급감했다.

그런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에이즈와 요로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고, 비인권적이라며 반대했던 미국 소아과학회도 이로움이 더 많다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흔히 ‘고래 잡는다’는 은어로도 사용되는 포경수술은 사내아이들 세계에서 아득한 전설같은 것이거나 숨기어야 하는 창피스러운 것이었다.

과거 남성들은 상당수가 군대에서 무지막지한(?) 위생병을 통해 포경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조폭들이 모여 포경수술을 하면서 결사의 의미를 다지기도 했다.

유대교도의 할례는 특정 집단에 대한 통합이라는 의미에서 실시하고 이슬람교도의 할례 습관도 종교적 통합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하니 조폭들의 결사 다짐도 황당무계한 일만은 아닌 듯하다.

포경수술은 인류의 정착시절부터 있어온 것이라는 설이 있을 만큼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존하는 기록 중 가장 역사가 유구한 포경수술은 성경 창세기 17장에 있다. 또 이집트에서는 BC 4000년에 이미 할례가 성행했다.

오늘날에도 이슬람교도, 유대교도를 비롯해서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원주민의 대부분,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아메리카 원주민의 일부에서 이런 풍습이 성행하고 있다.

포경수술이 자위행위를 줄이고 정력을 감퇴시키는 방법으로서 권장된 것은 미국에서였는데 우리나라에도 한때 포경수술 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포경수술을 하는 예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점차 줄어들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도 50%가량이 신생아일 때 포경수술을 하고 있으며 10대의 경우, 90%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초중고교에까지 포경수술을 권유하는 병원이나 보건관계자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미개인으로 취급받기도 했으며 부모들의 극성에 머뭇거리며 병원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양식 있는 비뇨기과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상당수가 불필요한 포경수술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우멍거지 이야기/방명걸, 김대식 공저)

저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포경수술이 많은 이유는 포경수술을 부추기는 한국사회의 특이한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무조건 돈을 벌고 보자는 일부 병・의원의 얄팍한 상술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포경환자는 1% 미만에 불과한데도, 포피가 귀두를 덮고 있으면 ‘수술이 필요한 포경’으로 몰아버리는 한국의사들의 기준에 따라 90%가량이 수술대로 내몰린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제 포경수술에 대한 쓸데없는 논란을 접을 때가 됐다. 마침 미국 소아과학회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만큼 국내에서도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혼란을 줄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