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국민건강권이 우선이다
담배소송, 국민건강권이 우선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4.01.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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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유발자 비용부담 너무나 당연한 일
흡연 유해성 법적근거 확보 시급한 과제

건강보험공단은 내일 이사회를 열고 담배 회사를 상대로 추진하는 흡연피해구제 소송 계획을 확정한다.

건보공단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담배소송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내일 이사회는 사실상 소송출정식이 될 전망이다.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흡연으로 말미암은 건보공단의 의료비손실액이 매년 1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정작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고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건보공단이 국민을 대리해 소송을 걸어 담배회사로부터 그 비용을 받아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국민건강권 피해 유발자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건보공단이 연세대 보건대학원과 공동연구한 ‘건강보건 빅 데이터’를 보면 흡연남성은 비흡연자보다 후두암, 폐암, 식도암 발병률이 3.6배에서 6.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건보재정지출도 2011년 기준으로 1조7000억원에 달해 전체 건보진료비의 3.7%에 해당한다.

1조7000억원은 우리 국민의 한달치 건강보험료와 맞먹는 금액으로 건보체납으로 건강보험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173만명의 절반을 구제할 수 있는 액수이다.

그동안 흡연으로 인해 늘어난 의료비를 담배를 피우지 않는 건보가입자들에게까지 부담시키면서 막상 질병유발제공자인 담배회사는 분담에서 제외시켜온 건보공단과 정부의 책임문제도 간과할수 없는 일이다.

건보공단은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성실히 관리해야할 뿐 아니라 그 지출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구상업무를 수행할 직무상의 책무를 갖고 있다.

뒤늦게나마 건보공단이 구상권행사를 위해 소송을 준비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소송결과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담배와 관련된 소송이 몇차례 있었지만 이는 모두 흡연피해자나 유족 등 개인이 증빙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번번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여러가지 면에서 담배회사에 유리하게 돌아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소송은 국가공공기관이 각종 피해 발생사례와 연구기관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증빙자료를 과학적·통계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법원은 “담배를 결함있는 제조물로 볼수 없고 담배갑에 흡연의 위험성을 계속 경고해 왔기 때문에 담배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흡연이 개인의 취향을 넘어 건강권을 침해하는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최근 음식점과 공공장소에서의 금연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법원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캐나다 등 외국 판례들도 흡연을 ‘개인의 선택’으로 보던 시각에서 ‘국민건강권 우선’쪽으로 바뀌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건보의 소송이 국민건강보험료의 성실한 관리를 위한 공익적 명분도 커 개인이 진행하는 담배소송과는 달리 소송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잇점도 갖고 있다.

담배소송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흡연의 유해성에 대한 법적근거를 확보하는 일이다.

미국 같은 경우 마약으로까지 지정돼 흡연의 심각성에 대처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흡연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너무 느슨하다.

연간 9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정신적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흡연율은 거꾸로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담배규제 협약’이 정한대로 건보공단 소송을 적극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건보공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부 내부 자료나 과거 담배인삼공사 때 관계자 증언 등을 확보해 건보공단에 넘겨줘야 한다.

미국의 주정부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280조원의 배상을 받아낼 수 있었던 것도 자료확보 및 관계자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부는 더이상 간접흡연 피해방지 등 소극적 수준의 대응책에서 벗어나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이 흡연의 폐해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유발해 금연에 대한 교육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