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Inside] 한파와 폭설
[날씨Inside] 한파와 폭설
  • 온케이웨더
  • 승인 2014.01.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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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증가 추세…동상·저체온증·재산피해 등 ‘막심’
전국에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의 아침기온은 -10.4℃까지 떨어졌고, 중부지방에는 새해 처음으로 한파특보가 발효되는 등 혹한이 몰아쳤다. 10일에도 서울의 아침기온도 -9.3℃를 기록했다.
 
지난 8일까지 평년 수준을 웃도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8일 밤 11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강원 일부, 충북·전북 일부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이 한파주의보는 10일 오전 11시를 기해 모두 해제됐다.
 
지난 11~12일 주말동안에는 평년기온을 회복하면서 잠시 추위가 누그러 졌지만 월요일인 13일 수도권의 아침 최저기온이 다시 -10℃를 넘길 것으로 예보되는 등 강추위의 행군이 만만찮다.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한파와 폭설의 빈도 및 강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여름에는 더워지고 겨울에는 더 추워지는 기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겨울철 냉동실 추위를 방불케 하는 기상 현상인 ‘한파’와 ‘폭설’에 대해 살펴본다.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한파’ 나타나
 
한파는 겨울철에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들이닥치는 추위를 말한다. 하지만 춥다고 무조건 ‘한파’라는 말을 쓰지는 않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파’는 뚜렷한 저온의 한랭기단이 위도가 낮은 지방으로 몰아닥쳐 급격한 기온의 하강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한랭 전선과 함께 물결처럼 전해지기 때문에 한파(寒波)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근래에는 연말께 내습하는 한파를 ‘크리스마스 한파’, ‘연말한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고동저의 전형적인 겨울형 기압배치가 돼 있을 때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고 한파가 몰아닥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으로 24시간 이내에 10℃이상의 기온 하강이 예상되면 한파주의보를 발표하고 있다.
 
한파라는 용어는 원래 미국에서 사용됐는데 한파에 대한 방재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24시간 이내의 기온 강하량이 일정 값 이상이 되고, 동시에 최저기온이 정해진 한계 값 이하로 내려가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한편, 폭설(대설)은 시간·공간적으로 집중돼 내리는 기상 현상으로 자연재해에 속하며 각종 피해를 유발한다.
 
기상청의 대설 특보기준을 보면 주의보는 24시간 신적설이 5㎝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대설경보는 24시간 신적설이 20㎝이상 예상될 때다. 다만 산지는 24시간 신적설이 30㎝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그런데 눈은 한 시간 안에 5㎝ 이상 쌓일 수 있어 순식간에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항공기 운항과 안전에도 큰 영향을 준다.
 
눈이 한파를 동반한 폭풍과 함께 몰아치거나 지속적으로 내리면 재배용 비닐하우스 등의 약한 구조물을 훼손시켜 농가에도 많은 피해를 준다. 뿐만 아니라 운송·유통·관광·보험을 비롯한 서비스 업종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소방방재청의 최근 10여 년간의 재해연보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자연재해의 68%는 태풍 및 호우에 의해 발생했고 폭설에 의한 재해는 9%에 불과하나 점차 폭설에 의한 피해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겨울철 폭설이 오는 지역은 한반도 주변 기압배치 패턴에 따라 달라진다. 서해안 지방에 폭설이 내리는 경우는 서고동저형(西高東低)의 기압배치에서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 때다. 이때는 충청 및 호남의 해안지방 이외에도 제주도 산간지방과 울릉도에 눈이 많이 내린다.
 
북고남저형(北高南低)의 기압배치에서 등압선이 동서방향으로 눕고 북동기류가 뚜렷할 때는 영동지방에 많은 눈이 내린다. 기압골이 남북으로 형성되면서 저기압이 느린 속도로 진행하면 때에 따라 중부지방에도 많은 눈이 내린다.
 
북극이 따뜻하면 우리나라는 ‘강추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북극지방의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10℃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은 해빙면적을 줄어들게 하고 북극 상층의 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
 
해빙면적이 감소하면 증발량이 늘어나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져 강설량이 증가하고 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고위도에 묶여있던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남하해 기온이 하강한다. 실제 북극지방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2010년 12월부터 북극진동 지수가 1950년 이래 가장 강한 음의 지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북극진동(北極振動)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일 또는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찬 공기를 둘러싸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냉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에 북극의 온도는 올라가는 대신 그 보다 저위도 지역에서는 한파와 이상저온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0년 겨울 한반도를 포함한 북반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파와 폭설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39일간 긴 한파가 전국적으로 지속됐으며(2010년 12월 24일~2011년 1월 31일), 2011년 1월 4일 서울에서는 1937년 이래 최대인 25.4㎝의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더불어 2012년 12월부터 2013년 3월까지는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다. 이 기간 동안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9.3㎜로 관측됐다. 이는 평년(88.5㎜) 대비 1.6배에 달하는 수치다.
 
대설특보도 전국적으로 235회 발표(주의보 220회·경보 15회였는데 최근 5년(2007~2011년) 평균(154회)과 비교했을 때 약 1.5배나 됐다.
 
-20℃ 이하 되면 수염·머리카락에 서리 낀다
 
날씨의 변화는 우리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온이 낮았던 곳은 금화(강원도)의 -33.4℃(1942년 1월 15일)였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우리 생활에 어떤 현상이 생길까. 실험 결과 사이다는 -6℃, 맥주는 -10℃, 포도주는 -13℃에서 얼기 시작한다. 보통 -10~-15℃가 되면 유리문이나 유리창에 성애가 끼지만 건물에 따라서는 -5℃ 이하에서도 낄 때가 있다.
 
-20℃ 이하에서는 얼굴을 내놓고 집 밖을 거닐 수가 없고 눈썹이나 수염·머리카락에 마치 백발노인처럼 서리가 낀다. 동결·동상 때문에 건물의 이음 부분이 파괴되기도 하며 밤 중에는 동결로 인해 집이 우는 소리가 난다. -25℃ 이하가 되면 선 채로 소변을 볼 수 없을 정도다.
 
-30℃ 이하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중강진 부근에서는 나무가 동결하고 -40℃ 이하면 작은 새나 까마귀가 동사해서 떨어진다. -50℃ 이하에서는 숨 쉴 때의 김이 귀 부근에 얼어붙어 약한 소리가 난다고 한다.
 
한파·폭설의 영향…동상·저체온증·각종 재산피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파와 폭설이 자주 발생하면서 농업·산림·산업·방재 등 여러 분야에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이상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기록적인 폭설이 발생했던 2010년 12월에는 비닐하우스 및 시설물 파손, 차량·선박·항공 등 운송수단 중단 등으로 약 2조 40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파와 폭설은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도 위협한다. 추위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하는 저체온증, 동상과 같은 한랭질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동상(凍傷)은 매우 차가운 날씨에 피부가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인체는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 내부의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노출된 피부로 향하는 피의 흐름을 감소시킨다. 이 때문에 추위에 노출된 피부는 얼게 되는데 이것을 동상이라 한다.
 
저체온증은 체온(심부체온 기준)이 35℃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몸은 항상 36.5℃를 유지하기 위해 신진대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정상적인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체온이 저하되면서 신체기능의 이상을 초래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한파가 건강에 미친 사례를 조사한 결과 총 81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58명이 저체온증 환자였고 2명이 사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다리 근력과 뼈가 약한 노약자들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타박상과 골절을 당하는 낙상 피해도 빈번해지고 있다.
 
동상 예방책 중 가장 좋은 방법은 노출된 피부를 방한복으로 감싸주는 것이다. 만일 방한복이 없을 경우에는 피부를 자주 비벼주어 체온이 저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젖은 양말은 즉시 갈아 신고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동상에 걸린 부위는 비벼서 녹이지 말고 동상에 걸린 주위를 약 38~43℃ 정도의 온수로 약 30~40분 정도 점진적으로 데워주는 것이 좋다. 추운 날 바깥에서 운동하거나 또는 비나 진눈깨비에 의해 옷이 젖으면 열 손실이 증가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때 바람마저 강하게 불면 상당히 위험하다. 열 손실의 방지를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