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김수녕, 사우디 왕실 개인교사 된다
신궁 김수녕, 사우디 왕실 개인교사 된다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4.01.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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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체육 불모지의 씨앗… 제자들 기량 늘도록 온 힘”
 

[신아일보=고아라 기자] 20세기 최고의 궁사로 불리는 김수녕(43, 사진) 대한양궁협회 이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도자로 새 도전을 시작한다.

김 이사는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외손녀인 요하라(17) 공주와 사라(15) 공주의 개인 양궁교사로 활동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계약기간은 올해 1월 말부터 2016년 2월 말까지 2년이다.

사우디 왕실이 외교 채널을 통해 대한양궁협회에 지도자 알선을 요청했고 김 이사가 이에 지원해 계약이 체결됐다.

김 이사는 “불모지 사우디에서 여성 스포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하나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도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사우디에는 여자 양궁 대표팀이 없다.

요하라, 사라 공주는 김 이사의 지도를 받은 뒤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면 국제대회에서 활동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 이사는 “국제대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제자들이 기량이 늘도록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선수가 국제대회에 나와 가능성을 보여주면 사우디 여성 체육에 새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여성의 체육 참여를 금지하다가 2012년 런던올림픽 때가 돼서야 양성평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유도, 육상 트랙에서 여자선수 2명의 출전을 허용했다.

김 이사의 지도를 받게 되는 사우디 왕손들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양궁연맹(WA)이 올림픽 예선을 통해 출전권을 획득할 기량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에 저변확대 차원에서 출전권 일부를 나눠주는 와일드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녕 이사는 지도자 경력은 별로 없지만 선수로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17세이던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WA는 10년 넘게 세계 여자 양궁을 지배한 김 이사를 ‘20세기 최고의 궁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최근까지 2년 동안 스위스 로잔에 있는 WA에서 교육·연구를 담당하는 행정가로 활동했다.

그는 장애인 양궁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두고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