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문화 세계에 알리는 재미동포 모녀
한국예술문화 세계에 알리는 재미동포 모녀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4.01.05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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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한국문화원 최지연 원장·최시내 단장, 1850회 공연

▲ 샛별한국문화원 최지연 원장·최시내 단장 모녀.
[신아일보=이은지 기자] “시작을 했으니 그만두지 못해서 계속했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인데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아서 우리가 이것저것을 배워서 우리라도 했지요. 하면서 보니 한국 전통예술의 뛰어남을 알게 됐으며 세계 곳곳 땅끝까지 한국의 문화예술을 알려야 하는 사명을 품게 됐습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샛별한국문화원의 최지연(56) 원장이 지난 1985년부터 전 세계를 돌며 28년째 세계인에게 한국의 예술문화를 알리는 이유다. 샛별예술단장을 맡은 딸 최시내(33) 씨가 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의 달란트로 땅끝까지 우리 문화를 알리자”고 발벗고 나서 마음 든든하다.

목사인 남편을 따라 1983년 태평양을 건넌 최 원장은 2년 뒤 미국 서부 시애틀 베다니교회의 주일학교 어린이 4명으로 ‘한국무용단’을 만들었다. 이후 한인 2세, 혼혈인, 입양 한인들을 불러 모아 ‘샛별예술단’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4세부터 70세까지 100여 명의 단원을 두고 있다.

지난 2003년 샛별한국문화원을 건립해 한인 2세와, 혼혈인, 입양 한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전수하는 그는 이듬해 문화원 내 서북미 한인들을 위한 무료 도서관을 열었고 2010년부터는 도서관 신축 공사를 벌이고 있다.

모녀는 지난달 16일과 17일 미국 워싱턴주 에드먼즈 예술극장에서 단원들과 함께 연례 공연 ‘나래 2013’을 열었다.

110년 전 사진으로 선을 보고 하와이에 이민한 한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무용극으로 꾸민 ‘사진 신부의 꿈’을 무대에 올렸고, 화관무·부채춤·가야금병창·25현금 합주·사물놀이 등 다채로운 국악 공연을 펼쳤다.

1989년 시작한 나래 공연에서는 ‘사진 신부의 꿈’을 비롯해 창작무용극 ‘에스더’, ‘무지개 마음’, ‘탕자의 꿈’, ‘한국의 혼’, ‘생명의 우물가’, ‘그 옷자락 만질 때’, ‘기쁨의 그날’ 등을 선보였다.

최 원장은 미국이나 한국 정부 등의 지원 없이 28년 동안 미국 내 70개 도시를 비롯해 한국(17회)·유럽·아프리카·오세아니아주(2회씩 순회) 등 세계 25개국을 돌며 1천850회의 공연을 했다.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한 딸 시내 씨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무대에 선 지 23년째. 보스턴에 있는 여자대학인 웰즐리대 동양학과 출신의 재원인 그는 “올해 아쉽게 포기한 북한 공연을 내년에는 꼭 성사시키는 것이 첫째 목표이며, 미국 전역에 샛별한국문화원 지부를 두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세 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한국무용·가야금·장구를 배웠고 14살 때 서북미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기도 했다. 피아노와 첼로를 공부한 덕에 25현금과 아쟁도 연주하며, 국악기와 전자악기로 하모니를 이루는 퓨전 국악의 편곡도 척척 해내고 있다.

모녀의 이야기는 2000년 ‘KBS 한민족 리포트-시애틀의 샛별’, 2008년 ‘KBS 건국 60주년 특집-사미인곡’, 2010년 ‘생방송 오늘’ 등을 통해 전파를 탔고 기독교방송 등에서 수십 회 간증하기도 했다.

어머니 최씨는 숙원 사업인 도서관 건축을 마무리하고, 문화원 프로그램인 외국인 학생과 한국학교 학생들의 견학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싶다는 최 원장은 올해 안에 멕시코 한인 이민의 애환이 서린 유카탄과 태국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딸 시내 씨는 올해 러시아 방문에 앞서 북한 공연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걱정하시는 분이 많아 결국 포기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그는 “우리의 명성과 경험, 창작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도 샛별무용단을 설립해 한국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