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우리 모두 아름다운 同行者가 됩시다”
“새해엔 우리 모두 아름다운 同行者가 됩시다”
  • 발행인 김명수
  • 승인 2014.01.01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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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새해 편지
 

독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볍게 주고받는 인사 “안녕하십니까?”가 지난 한 해엔 반어법으로 둔갑해 “안녕치 못했다”는 뜻으로 받아드려졌습니다.

대학가 대자보 행렬에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답답함과 분노가 묻어납니다. 여·야의 끝없는 정쟁과 철도파업 사태 등으로 사회적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엔 명동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사라지고, 메리크리스마스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마당에 “메리크리스마스”라며 인사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낮 뜨거운 일일까요.

새해는 우리사회가 지난 한 해의 씁쓸한 기억과 상처를 덮고 다시 한번 도약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갑오년 새해를 맞으며 무지개빛 소망을 머리속에 그려봅니다.

온 국민이 참여해 손을 맞잡고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문화축전 출연팀을 상상속에서 꾸려봅니다.

우선 행사 스텝진으로 총 연출에 표재순, 사회에 김동건, 진행에 손숙, 음향에 김벌래를 쓰고싶습니다.

가무악(歌舞樂)에는 안숙선(국악), 국수호(안무), 김덕수(사물놀이), 이태박(대금)이 어떨까요.

여기에 현대무용 쪽에선 육완순, 패션에선 이영희가 빠져선 안되겠지요.

이걸 두고 시쳇말로 드림팀이라고 합니다.

프로야구로 치면 선발에 류현진, 마무리에 오승환, 4번타자에 박대호, 포수에 강민호 등이 한팀으로 나왔을때 드림팀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지난 연말 한 사사로운 행사에 대한민국 최고의 드림팀이 떴습니다.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 선생의 특별한 8순 잔치와 출판기념회에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앞에서 드림팀이라고 거명했던 문화예술계의 거장들이 한 무대에 나란히 출연했습니다.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협연한 출연진들은 모두가 ‘국보급’이어서 한분만 모시기도 어려운 분들입니다.

당대 최고의 판소리 명창 안숙선이 쑥대머리를 부르고, 대표 무용수 국수호가 춤사위를, 사물놀이의 대명사 김덕수가 장단을 치는 꿈의 앙상블이 노 지성인의 8순 잔치에서 펼쳐진 것입니다.

더 놀란 것은 이들 출연진 모두가 재능기부형식으로 무료출연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어령 선생의 8순 잔치를 이처럼 장황하게 소개하는 것은 이날 자리를 꽉 메운 문화인 700여명이, 초청자가 제안한 특별한 아젠다에 동감하고 하나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의 제안은 ‘이어령과 함께하는 同行者’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화두는 동행입니다.

우리사회는 지금 ‘분열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사이의 극심한 이념 대결,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세대간·계층간 의사소통의 단절이 우리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위대한 영혼 넬슨 만델라가 이 시대 우리에게 주고 간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바로 ‘용서와 화해와 동행’입니다.

만델라의 메시지가, 서로 갈라서서 맞서 싸우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요.

서로 상대쪽에다 먼저 용서하고 화합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상대가 먼저 잘못을 고백하고 자신들을 포용하라고 외칠지도 모릅니다.

이래선 용서와 화해와 동행이 다가오지 않습니다.

만델라의 위대함은 그가 남아연방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된 뒤에 나타납니다.

그가 택한 길은 백인사회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진실에 기초한 대화합이었습니다.

그가 ‘갑’의 위치에 있을때 ‘을’을 끌어안은 것입니다.

흑인에게 심한 탄압과 테러를 자행한 백인도 진실화해위원회(TRC)에 출두해 자신이 한일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사면 받을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만델라의 용서와 화합의 해법은 누가 먼저 상대를 용서하고 화합을 실천해야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것은 힘있는 쪽입니다. 권력을 가진 쪽 입니다. 돈이 있는 쪽, 더 많이 배운 쪽입니다.

강한 자들이 먼저 양보하고 용서하고 화합에 나서야 약한자들도 동행의 길에 함께 나설수 있습니다.

사회정의를 사시(社是)로 정하고 있는 신아일보는 앞으로 사회통합을 위해 언론의 기능을 다 할 것을 독자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그 동안 줄기찬 도전정신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신아일보는 12년의 역사위에 희망의 100년을 새로 쓰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손을 맞잡고 뛰고 있습니다.

신아일보 모든 구성원은 지금 독자와 동행의 출발선상에 서 있습니다.

각계각층의 모든 독자가 홍익(弘益)의 정신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손을 맞잡고 가는 게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신아일보는 기본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지역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동행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새해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에 선뜻 “안녕하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독자여러분과 함께 기원합니다.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