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음악적으로 제일 친한 친구”
“피아노는 음악적으로 제일 친한 친구”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3.12.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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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정명훈, 첫 피아노 독주 앨범 발매
▲ 생애 첫 피아노 음반을 발표한 지휘자 정명훈씨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신아일보=고아라 기자] “피아노라는 악기가 음악적으로는 제일 친한 친구고 제일 사랑하는 친구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60)이 최근 생애 첫 피아노 독주 음반을 냈다.

1974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하며 피아니스트로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정작 피아노 독주 음반을 낸 적은 없었다.

“피아노라는 음악적으로는 제일 친한 친구”라고 말하는 그가 조금은 평범한 할아버지로 돌아가 어린 두 손녀를 위해 피아노 앞에 앉았다.

지난 24일 오전 대치동 마리아 칼라스 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명훈은 “피아노라는 악기는 음악적으로 아직도 나와 제일 친하고 사랑하는 친구”라며 “손녀 둘이 생겼는데 ‘그 아이들을 위해 음반을 하나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7남매의 여섯째로 형제 상당수가 음악을 하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해졌다는 그는 “태어나자마자 음악 속으로 들어갔고 일평생 음악 이외에 다른 것을 할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음악은 일찍 시작할수록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녀들을 염두에 두고 녹음한 음반인 만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거나 피아노를 배우면서 직접 쳐봤을만한 익숙한 멜로디의 소품 위주로 직접 선곡했다.

그는 “이번 레퍼토리는 아이들에게 특별히 재미있을 곡들이고 아이들이 듣자마자 무슨 곡인지 알 만한 것들도 몇 가지 있다”며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을 즉석에서 연주했다.

앨범에 수록된 드뷔시의 ‘달빛’은 유달리 음악을 좋아하는 둘째 손녀 루아(Lua·달)에게 선물하는 곡이다.

손녀들에게 주는 곡뿐 아니라 큰아들의 결혼식에서 연주했던 슈베르트의 즉흥곡 G플랫장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가을노래’ 등 그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에 함께했던 의미 있는 소품들을 모았다.

쇼팽의 ‘야상곡’ c 샤프단조는 그의 음악 세계에 큰 영향을 준 누나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게 바치는 곡이기도 하다.

그의 이번 첫 피아노 독주 음반은 특히 독일의 명장 만프레드 아이허가 이끄는 유명 레이블 ECM에서 발매돼 화제를 모았다.

처음 피아노 음반 발매를 제안한 둘째 아들 선(31)씨가 ECM의 첫 한국인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인연으로 아이허와 지난 7월 이탈리아 베니스의 라페니체 극장에서 녹음했다. 그러나 피아니스트로서 정식으로 내놓는 음반은 아니다. 정식 피아노 음반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피아니스트로서 음반을 발매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손녀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피아노를 통해 들려주고자 했습니다. 이번에 재미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어쩌면 진짜 피아니스트로서 음반 작업을 해볼지 모르겠습니다. 연습할 시간을 갖게 되면 쇼팽 음반을 하나 낼까 합니다.”

그가 이끄는 서울시향은 오는 27~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고 내년 1월에는 서울시향과 음반 녹음 작업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