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죽을 각오로 하면 못할 일이 없어”
“장애인도 죽을 각오로 하면 못할 일이 없어”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3.12.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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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장애인홍보대사 위촉된 청각장애인 박영주 씨
 

[신아일보=이은지 기자]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고열로 청력을 잃은 박영주(49·여, 사진) 씨.

중학교 3학년 때인 1981년 가족과 함께 호주 캠시에 이민, 그곳에서 캔터베리여고와 시드니 전문대(TAFE)의 장애인을 위한 특별 코스를 마친 뒤 시험을 통해 시드니 정부 토지국 공무원이 됐다.

30년째 공무원으로 일하는 그는 귀 대신 눈으로 입 모양을 보고 말해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국제수화에도 능통하다.

박 씨는 지난 3일(현지시간) 시드니 시내 더록스에서 열린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노인장애복지부 주최의 세계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호주 장애인을 위해 사회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호주 장애인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홍보대사가 됐고, 내년 7월 30일까지 호주를 대표한다.

박 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장애는 있어도 불가능은 없다고 확신한다”면서 “강한 의지만 있다면 역경이나 난관은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기에 앞으로 한국과 호주의 모든 장애인을 위해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해 시드니에서 국제농아인선교회(DMI)가 후원하는 수화음악회를 열어 마련한 수익금을 전액 기부한 공로로 DMI 홍보대사에도 위촉됐고, 제4회 호주 한인문화예술인상 특별상을 받았다.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 장애인의 롤 모델이 된 것은 박 씨의 피눈물나는 노력의 결과이다.

그는 구화교육의 창시자인 고 최병문 교장이 세운 한국구화학교에 입학해 구화교육을 받았다.

이 교육은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한 단어를 최소한 200번 이상 듣고 또 듣고 쓰면서 단어를 익히고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령 무엇을 달라고 손짓이나 동작을 하면 절대로 주지 않고 입을 벌려 ‘사과’를 최소한 ‘아과’라고 발음해야만 먹게 하는 교육이다.

그렇게 단어를 이해하고 입을 벌려 말을 하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 앞에 대표로 나가 발표를 하고 어떤 때는 노래도 하고 무용도 해야 한다.

어눌하게라도 말을 하자 그의 어머니는 딸의 미래를 위해 호주 이민을 감행했다. 가장 먼저 영어를 배워 대학에 진학했고, 공무원에 합격했다. 또 같은 장애가 있는 남편 변규형 씨를 만나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