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교통 수원 2013’ 성료>세계 생태교통 중심도시로 위상 굳혔다
< ‘생태교통 수원 2013’ 성료>세계 생태교통 중심도시로 위상 굳혔다
  • 수원/임순만 기자
  • 승인 2013.10.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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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방문객 100만명 한달간 ‘생태교통 수원 2013’ 체험
▲ '생태교통 수원2013' 주행사장인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서 방문객들이 자전거 등을 타며 차없는 마을을 체험하고 있다.

세계 도시 대표들 ‘생태교통 추진 선언문’ 채택
차량 중심서 사람 중심 교통체계로 인식도 전환

석유 고갈 상황을 가정한 차 없는 마을 체험 ‘생태교통 수원 2013’이 한달 동안의 여정을 마치고 1일 폐막했다. 세계 45개국 95개 도시 대표들이 ‘2013 생태교통 수원총회’에서 생태교통 추진 의지를 담은 선언문을 채택하고 국내·외 100만 방문객이 행궁동 차 없는 마을에서 생태교통을 체험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의 성공 개최로 수원시는 생태교통에 도전한 세계 최초 도시로 기록되면서 생태교통의 표준을 보유한 중심도시 위상을 갖게 됐다. 행궁동 4300명 주민은 한달 동안 차 없이 사는 불편 체험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 기후변화 등 환경에 대응하는 수원시민의 의지를 세계인에게 인상적으로 남겼다.

-생태교통의 추억 돌이킬 수 없는 대세
생태교통 페스티벌 기간 차 없는 마을 행궁동 방문객들은 길을 걸을 때 차를 피해가지 않아도 됐다. 자전거를 타거나 유모차를 끌고 가도 뒤에서 자동차 빵빵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았다.
행궁동에 간간이 들어온 상업용 자동차는 사람 눈치를 보며 지나 다니는 것을 보였다. 뒤집혔던 도로의 갑과 을이 원위치를 찾은 것이다.
수원 생태교통추진단은 생태교통 차 없는 마을 방문객이 10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도로를 차에게 내주고 사람은 육교로, 지하도로 피해 다니던 교통체계에서 사람이 중심 되는 생태교통을 이들이 체험했다. 생태교통 세상을 한차례 맛보고 달콤한 추억을 갖고 있는 체험자들에게 도로를 다시 차에게 내주라고 말할 수 있는 교통정책 입안자는 이제 아무도 없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회복하자는 수원시의 생태교통 제안은 세계 어느 도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교통체계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든 점, 한 달 동안 수원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치른 ‘생태교통 수원2013’이 남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 '생태교통 수원2013' 주행사장인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서 방문객들이 자전거 등을 타며 차없는 마을을 체험하고 있다.

 

-생태교통 최초 도전 도시 세계 각인
지난달 1일부터 4일까지 행궁광장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생태교통 수원총회’에는 세계 45개국 95개 도시 대표가 참가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미래 교통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 도시 대표들은 “대부분 도시가 자동차를 선호하며 도시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래 교통 개념은 걷기, 자전거, 카셰어링 등 지속가능한 경제적 이동수단”이라며 생태교통 추진 의지를 담은 수원총회 선언문을 채택했다.
염태영 시장은 수원총회 기조연설에서 “온실가스 80%가 전 세계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다”며 “수원시가 먼저 도전해 도시를 바꿔보겠다”고 세계 도시의 책임과 동참을 호소했다.
생태교통 행궁동의 체험은 많은 도시 지도자들에게 각 도시 교통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영감을 줬다. ‘생태교통 수원2013’ 개최로 수원시는 생태교통에 도전한 전 세계 첫 번째 사례 도시로 생태교통의 표준을 제시하며 세계 생태교통의 중심도시 위상을 굳혔다.

-행궁동 주민 불편 감수 차 없는 마을 실현
수원시가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사 주 무대인 행궁동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내 집 앞에 차를 세우던 달콤한 습관을 버리고 한달 동안 외부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불편을 감수하라는 통행 제한 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는 수십 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설득하는 한편 주민추진단, 시민서포터즈를 구성해 뒷받침하게 했다.
행사 개막을 하루 앞 둔 지난 8월31일 밤 행궁동 차량은 놀랍게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개막일인 1일 오전 화서문로, 신풍로 등 주요 도로를 비롯해 골목까지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차 없는 마을 행궁동 0.34㎢에 거주하는 주민은 2200가구, 43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자동차는 1500여대에 이른다. 소수가 반대의 소리를 높였지만 대부분 주민은 생태교통을 추진하는 시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로 평가됐다.
주민 생계형 차량이 간간이 골목길에 주차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어도 행사 기간 한 달 동안 차 없는 마을 통행 제한은 높은 점수로 유지됐다.
‘생태교통 수원2013’ 총책임을 맡은 ICLEI(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오토 짐머만 전 사무총장은 “31일 밤 차량이 모두 이동한 행궁동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며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염 시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자고 요구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어리석은 사람의 무모한 도전”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 ‘생태교통 수원2013’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자전거 버스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체험하고 있다.

 

 

-낙후 원도심 투자 명분 도시재생 계기
‘생태교통 수원2013’ 차 없는 마을 행궁동에 시는 130억원을 집중 투입해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인근 정조로, 북수동까지 상가 450여 곳의 간판과 벽면을 정비했다.
도로가 화강석으로 포장되고 소나무 가로수, 쌈지공원, 옛길 벽화, 화단 등으로 장식돼 과거 쇄락했던 거리가 깔끔한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변했다. 행사 기간 행궁동 방문 인파가 인근 지역으로 넘쳐나며 행궁동 공방거리는 서울 인사동을 방불케 하는 특수를 누리고 수원천변 상가, 지동시장은 모처럼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등 파급효과도 확인됐다.
‘생태교통 수원2013’은 기획 단계부터 화성 성안마을 원도심 재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세계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규제로 낙후된 점과 생태교통을 위해 불편을 감수한다는 점이 특정으로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의 명분이 됐다.
시는 지역균형 발전 차원의 과제였던 원도심 재생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앞으로 다른 원도심 지역에 대한 마을만들기 투자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