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배워라
물에서 배워라
  • 정 복 규/남북통일교육 전문강사
  • 승인 2013.09.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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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겸손하다. 물은 낮은 자리를 지향한다. 물은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날 줄을 안다. 시냇물이나 강물은 주변 경관이 좋다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물은 방해물이 없으면 계속 흐른다. 둑이 있으면 물은 멈춘다. 둑을 치우면 물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흐르는 물은 앞서가려고 다투지 않는다. 적실 것이 있으면 적시고, 채울 곳이 있으면 채운 다음 흐른다.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그래서 성인(聖人)을 가리켜 물 같은 품성을 가졌다고 한다. 물처럼 가장 낮은 데까지 내려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은 도(道)에 가깝다.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물은 담는 그릇 모양과 크기에 따른다. 둥근 그릇에서는 둥글고, 모진 데서는 모지다. 많이 모아도 물이요, 작게 갈라놓아도 물이다. 다른 곳의 물과 섞여도 달라지지 않는다. 물은 경상도 물, 전라도 물, 충청도 물 등으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물은 본성을 잃지 않는다. 수증기로 증발해도 물이요, 얼어서 고체가 되어도 물이다. 더우면 기체로, 추우면 눈이나 얼음으로 변할 뿐이다.
물은 부드럽다. 물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상징이다.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지만 끝내 자기를 잃지 않는다. 한 방울의 물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바다의 성난 파도는 무섭다. 물은 가장 유약한 것 같다. 그러나 물은 온갖 더러움을 씻어낸다. 태풍이 불면 물은 오염된 연안을 말끔히 대청소 해준다. 노아 때처럼 부패와 악이 넘치면 노도(怒濤)가 되어 심판할 수도 있다.
물은 숨김과 위선의 꾸밈이 없다. 언제나 자기 소리를 낸다. 처마에서 떨어질 때는 낙수 소리를 낸다. 여울목을 지날 때는 여울목 소리를 낸다. 폭포를 지날 때는 폭포 소리를 낸다. 수면은 파도가 있지만 바닥은 고요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무심(無心)에 가깝다. 그래서 성인의 마음을 심연(深淵)의 마음이라고 한다.
물은 주변에 많은 이익을 주면서도 생색을 내지 않는다. 공치사도 없다. 모든 생물에게 이로움을 주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는다. 가뭄에는 단비가 되어 만물을 살린다. 강과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살리고 배를 띄운다. 물처럼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