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현실적 대안 없는가
고유가 시대, 현실적 대안 없는가
  • 신아일보
  • 승인 2008.07.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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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현 택 울진 원자력본부장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현 국제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선 시점에서 150달러까지 가시화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국영업체 가스프롬의 CEO인 알렉세이 밀러는 지난 10일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의 원유 수요 폭증으로 국제 유가가 내년에는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생산자, 소비자 물가가 올라 소비는 감소하고 비용은 상승하여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어렵게 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으면서 1인당 석유 소비량이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석유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까?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지난 1980년부터 2007년까지 1차 에너지소비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15.6%로 늘어나면서 석유의존도는 61.1%에서 44.6%로 줄어들었다. 2007년 기준으로 판매단가가 유류 117원/kWh, LNG 128원/kWh인데 비해서 원자력은 39원/kWh에 불과할 정도로 값싼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자 물가 및 소비자 물가 안정에 큰 기여를 해왔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태양열, 지열 및 풍력 에너지 등이 있긴 하지만 경제성 대비 대용량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이 낮아서 현재로선 널리 이용되기 어렵다.
더불어, 고유가와 지구온난화로 원자력의 잠재적 가치와 역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세계 각국은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건설하고자 하는 붐을 조성하고 있다.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이다.
우선, 이웃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보자. 중국은 부족한 전력 공급을 보충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202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현재의 930만kw에서 4000만kw까지 늘려 전국 전력량의 4%를 차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규모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산업사상 최대규모로 약4,000억 위안(약 483억 달러)을 투자하게 된다.
또한, 세계에서 원자력을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2005년 에너지 정책법이 발효되면서 2015년까지 총 1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전력 및 수소 생산을 위한 차세대 원형로를 개발한다. 또 한 번 세계적인 원자력 부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53기의 원자력발전을 운전 중인 세계 3위의 원자력발전대국으로 2030년까지는 전체 전력의 약 30~40%선을 유지할 전망이며 세계적으로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러시아도 전 에너지자원의 3% 정도를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국가의 에너지 수급상황을 감안하여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1987년 원전폐쇄정책을 선언했던 이탈리아는 최근 원전을 다시 가동할 것이라 밝혔고 독일의 보수정당인 기민-기사당 연합은 원전 폐쇄 정책의 공식적인 포기를 선언했다.
원전을 반대해왔던 스웨덴과 벨기에도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전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전력공급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36%에서 2020년 43%까지 올리려고 계획하고 있고 최근에 2030년까지 56% 이상으로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이 나온 상태이다. 이와 같이 원전은 발전비용에서 연료의 비중이 매우 낮아서 값싼 양질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유가를 극복할 수 있는 적합한 대안이다.
또한, 올해로 원자력 발전 30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원전 기술자립도가 95%이며 원전을 해외 수출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원전 비중 확대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 있다.
신규발전소 건설은 반발과 마찰이 발생하기 쉬운 사업이라 지역주민들의 전폭적인 동의를 얻기 위해 투입되는 국가재정과 사업자의 초과예산은 천문학적이다. 경주시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부지를 마련하는데 예산과 노력이 천문학적으로 투입된 사례는 다음 신규발전소를 짓는 부지를 구하는데 필요한 자금의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기 위해서 6조-7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와 같이 물가 안정을 위한 공공요금 동결과 전기생산에 필요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다면 기업의 수익구조가 악화될 것이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는 한 필요건설자금을 마련하는데 상당한 애로점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고유가 시대를 맞아 값싸고 친환경 에너지인 원전발전 비중을 점증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선결과제로서 발전소 부지와 자금 확보, 값싸고 양질의 전기요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적극적으로 원전건설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 정부 및 지자체 모두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