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셈법…한나라 경선‘3인 3색’
계파 셈법…한나라 경선‘3인 3색’
  • 신아일보
  • 승인 2008.06.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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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계파로 다시 흩어지면 국민 배신 행위다”
박희태 “국회의원 생활 20년간 계파 만든 적 없어”
허태열 “박희태가‘꼿꼿한’당 대표 가능하겠는가”

한나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6명의 주자들이 ‘7.3’전당대회를 나흘 앞둔 30일 KBS방송토론에서 ‘계파정치’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이날 오후 친박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 관련된 칼럼모음집 ‘왜 박근혜인가’ 출판기념회에 대거 참석한데 이어, 범친이계 의원들이 신촌 한 음식점에서 대규모 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계파별 줄 세우기 움직임이 본격화 되자 후보들은 상대 계파 견제에 열을 올렸다.
특히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정몽준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는 계파 대결의 장이 아니다”며 회동을 금지해줄 것을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오늘 친이계가 모인다고 하는데 이는 선거법 위반”이라며 “모임을 자제시켜야 한다. 계파 기준으로 한나라당이 다시 흩어지면 국민을 배신하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친이계 원로인 박희태 후보를 겨냥, “오늘 모임이 당헌 당규에 어긋나는 것인지 선관위에 공식 질의하겠다”며 “당헌 당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면서 쇠고기 문제로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국회의원 생활 20년 동안 한 사람도 계파를 만든 적은 없다”며 “지금도 한 계파만 나를 지지하는 게 아니다. 범계파적으로 나를 지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오늘 저녁 친이계 모임에 나는 갈지 안 갈지 모르지만 정 후보는 가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라”고 말하자 “나를 불러준다니 가도록 하겠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범친박계의 김성조 후보도 “지금 친이계가 박희태 후보와 공성진 후보를 같이 밀자는 게 아니냐”며 “박 후보는 대통령과의 소통에 앞서 후보들과의 소통도 못하고 있는데, 문제 제기하는 후보의 말을 경청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모임을 중단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김성조 후보도 어느 특정한 그룹에서 지지한다는 말이 있다”고 반격했고 김 후보는 “인정한다. 그러나 친이계처럼 대규모로 모임을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박 후보는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며 “다수파는 모일 때 조금 모여야 하냐, 왜 자꾸 이걸 갖고 얘기하나. 저녁 모임 때 한번 당당하게 와 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박 후보와 함께 도마 위에 오른 친이계의 공성진 후보도 정몽준 의원을 향해 “정 후보는 한나라당의 이방인이 아니냐”며 “선거를 앞두고 서로 친소 관계에 있는 분들이 모여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고 주장했다.
공 후보는 또 화살을 친박계 좌장인 허태열 후보에게 돌려 “이런 모임들이 삼삼오오 있는데 오히려 허태열 후보가 스스로를 친박이라 하며 계파 인식을 고양시키는 것이 더 지나친 처사”라고 비난했다.
허 후보는 “그 사람들(친이계)이 모이는 이유가 있다면 그게 불공정 행위가 아니냐”며 “박희태 후보는 청와대에서 당 대표로 낙점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주류측이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의 뜻에만 따를 것이다. 과연 ‘꼿꼿한’ 당 대표가 가능하겠는가”라고 공세를 폈다.
‘계파정치’논란을 둘러싸고 어지러운 설전이 오가자 박순자 후보는 현안 관련 질의로 열기를 식히려 했으나 후보들이 자신의 질의 차례가 돌아오자 어김없이 계파 문제를 꺼내들면서 토론회는 막판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성남기자
jsnsky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