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속담]“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
[날씨&속담]“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
  • 온케이웨더
  • 승인 2013.09.19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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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철인 추석 무렵에는 먹거리가 풍성하다’는 뜻
▲ 송편은 대표적인 추석 명절음식이다.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오늘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秋夕)’이다. 음력 8월 15일로 가을의 한가운데 달인데다 8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어 연중 ‘으뜸 명절’로 꼽힌다. 단언컨대, 보름달은 추석날 그 인기가 최고조에 달한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으로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추석날 밤에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해서 ‘월석’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중엽 이후 한자가 성행하게 된 뒤 중국인이 사용하던 중추와 월석을 합치고 축약해 추석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추석과 관련된 대표적인 속담으로 ‘설은 질어야 좋고 추석은 맑아야 좋다’가 있다. 음력 설에 눈이 자주 내리면 보리농사에 좋다. 반면 추석 무렵에는 맑은 날이 많아야 일조시간(태양이 지표를 비추는 시간)이 길고 적산온도(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생육 일수의 일평균기온 합계)가 높아 결실을 맺기에 좋기 때문이다.
 
“추석날 전국 곳곳, 보름달 볼 수 있어요”
 
▲ 추석날 밤은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해서 ‘월석’이라고도 부른다.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한편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기간은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가 예상되면서 추석 당일인 오늘(19일) 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볼 수 있겠다. 다만 중북부 지방을 중심으로는 높은 구름 사이로 보름달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방아찧는 토끼 설화가 담긴 보름달을 보며 너도나도 소원 빌 생각에 설렌다. 한가위 보름달에 방아찧는 토끼의 형태가 보여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여기서 보름달 속 토끼가 방아로 찧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떡도 아니고 깨도 아닌 바로 ‘불로초’란다. 중국 설화에 따르면 보름달 속 토끼는 계수나무 아래서 약초인 불로초를 찧는다고 전한다. 
 
‘설에는 옷을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
 
‘보은 아가씨 추석비에 운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는 충북 보은에서 대추 흉년이 들면 보은의 아가씨가 시집가기 힘들어 운다는 의미로 추석비를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농가에서는 추수철인 가을에 비가 내리는 것을 무척 반갑지 않게 여긴다. 곡식이나 과일이 결실을 맺어 수확할 때인 추석 무렵에 비가 오면 흉년이 들어 혼수를 장만하지 못하게 되므로 시집가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부터 대추의 고장으로 이름 난 보은에서는 대추 흉년이 들면 보은의 아가씨가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속담으로 ‘설에는 옷을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가 있다. 비교적 한가하고 겨울철에 든 농한기 설에는 좋은 옷을 해 입고 추수철인 추석에는 먹을 것이 풍부해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는 말이다.
 
그밖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 등 추석명절은 주로 풍요로운 음식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이는 추수철인 추석 무렵에는 먹을 것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을 송편, 햅쌀로 솔내음 맑게 해…추석 명절식 ‘율단자’·‘닭찜’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 등의 구전이 전하기도 한다. 특히 송편은 대표적인 추석 명절식이다. 멥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하고 기호에 맞게 꿀·밤·깨·콩 등을 넣어 반달형 모양으로 빚어낸 다음 솔잎을 깔고 쪄 낸다.
 
우리나라의 음식은 원래 계절에 유난히 민감해 제철음식이란 말이 있다. 많은 떡 가운데 개피떡과 송편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아니한 봄과 가을의 음식이지만 그 중에서도 개피떡은 따뜻한 편에 가깝고 송편은 서늘한 편에 가깝다. 그래서 봄에는 송편이 먼저 나온 뒤 개피떡이 등장하며 가을에는 개피떡이 먼저 나오고 송편이 뒤에 등장한다. 봄 송편은 햇솔로 묵은 쌀의 향기를 새롭게 하지만 가을 송편은 햅쌀로 솔내음을 맑게 해준다.
 
찹쌀가루를 쪄서 계란같이 둥근 떡을 만들고 삶은 밤을 꿀에 개어 붙이는 ‘율단자(栗團子)’도 추석의 명절식이다. 또 가을은 닭에 살이 올라 가장 맛있는 계절이므로 추석의 명절식으로 ‘닭찜’을 한다.
 
강강술래·소놀이·소싸움 등 다양한 민속놀이
 
▲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사람들이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예부터 추석날에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민속놀이가 펼쳐졌다. 보름달 아래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가 있다. 그밖에 소먹이놀이·소싸움·닭싸움·거북놀이 등 농작의 풍년을 축하하는 의미가 담긴 놀이를 많이 했다.
 
▣ 강강술래
음력 8월 한가윗날 밤, 호남 지역에서 널리 놀았던 여성 집단놀이. 현재는 전국적으로 이 놀이가 확산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놀이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여성적인 아름다움과 율동미가 넘치는 민속놀이요, 민속춤이요, 또한 민요이기도 하다. 가무악(歌舞樂)이 일체화된 강강술래는 주로 추석날 밤에 행해지며 지방에 따라서는 정월대보름 밤에 하기도 한다.
 
▣ 소놀이
한해 농사의 풍요를 마음껏 즐기고자 추석 때 즐겼던 세시놀이다. 농경사회의 필수 구성 요소인 일꾼과 소의 노고를 위로하는 놀이로 ‘소먹이놀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두 사람이 한지로 만든 ‘소(牛)’를 뒤집어쓰고 마을의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나눠 먹는다.
 
▣ 소싸움
“정월 씨름, 팔월 소싸움”이라는 경북 청도 지역의 향언(鄕言)처럼 이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추석 무렵에 행해졌다. 소 두 마리를 마주 세워 싸움을 붙이고 관람하는 놀이다. 봄, 여름 내내 소를 얼마나 잘 먹이고 잘 키웠는가를 겨루는 놀이기도 하다. 소를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여겼던 전통사회에서 소싸움은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특히 임시로 벌이는 소싸움이 아니라 두 마을 또는 여러 마을에서 마을을 대표하는 소를 끌고 나와 연례적으로 벌인 이 지역의 소싸움은 경상남도 일원과 경상북도 청도 지역 등 이른바 가야문화권에서만 전승됐다.
 
▣ 가마싸움
경북 의성에서 가마를 이용해 벌이는 민속놀이. 매년 추석에 하는 놀이로 가메쌈, 자매(姉妹)쌈, 가마(가메)놀이라고도 부른다.
 
‘5월 농부 8월 신선’…음력 8월은 한해 농사 마무리 짓는 때
 
한편 추석은 중추절(仲秋節) 또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 한다. 가을의 한가운데 곧 가을 중의 가을에 맞는 명절이다. 추석 무렵은 좋은 계절이라고 해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도 전한다. 이는 음력 5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등거리가 마를 날이 없지만 음력 8월은 한해 농사가 다 마무리된 때여서 봄철 농사 때보다 힘을 덜 들이고 일을 해도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니 그만큼 추석을 좋은 날로 여겼다.
 
과거 추석에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특히 이듬해 보리농사가 흉작이 된다고 여겼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