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서 잊혀진 사람될터”
“정치판서 잊혀진 사람될터”
  • 신아일보
  • 승인 2008.06.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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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강재섭…차기 총리 카드도 사실상 무산
한나라당 차기 당 대표를 뽑는 7월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전이 치열한 가운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조용히 퇴장을 준비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기 2년 내내 최전선에서 당을 진두지휘했던 강 대표는 최근 권한을 완전히 일임한 듯 전면에 나서는 일이 거의 없다.
최근 당의 ‘살림살이’는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처럼 강 대표가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임기 말년을 차분히 정리하고 싶다는 강 대표 본인의 의지라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또, 홍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내달 3일 선출된 차기 대표 등 신임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배려라는 말도 주변에서 들린다.
반면 본인의 말처럼 ‘제대 말년’인데다 원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도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강 대표는 27일 오후 2시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자신이 공동집필한 백서인 ‘미래를 향한 시작’ 출판 기념회를 연다.
사실상 이번 출판 기념회가 강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퇴임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이번 총선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며 “지난 2월부터 백서를 준비하기 시작해서 4개월 만에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번 백서는 강 대표를 비롯해 김수한, 박관용 상임고문, 안강민 전 공천심사위원장, 강용식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 공동 집필했으며, 안상수 전 원내대표와 황우여 의원, 인명진 윤리위원장의 에필로그가 담겨 있다.
강 대표는 대표직을 물러난 뒤에는 당분간 두문불출하면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총선 직후 여러 차례 “확 (정치판을)떠나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조상이 ‘강태공’이라 낚시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공직을 맡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온 길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의외다’라는 길을 갈 가능성이 많다. 다른 것으로 승부를 걸 수도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강 대표는 일단 본인의 말처럼 여의도 정가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향후 행보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원외의 신분인데다 한때 유력하게 거론되던 차기 총리 카드도 사실상 물 건너 갔기 때문에 더 이상 정치권 전면에 나설 기반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 역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강 대표는 최근 분당에서 개인 사무실을 낸데다, 고락을 함께 했던 당 지도부와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선진화 정책 연구 모임을 곧 창립할 예정이어서 차기 대권을 향한 물밑 행보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 대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올해 총선까지 모두 승리로 이끌면서 당을 비교적 무난히 잘 이끌었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출판기념회에는 공동 저자들과 당 지도부, 최고위원, 당 소속 의원, 중앙위원, 여성위원 등 모두 1000여명이 모일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아직 식지 않은 본인의 세를 만방에 과시하는 셈이다.
하지만 강 대표의 앞날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외의 신분인데다 아직까지 특별한 독자적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원만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이 장점이긴 하지만 강단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미흡하다는 평가 역시 강 대표로서는 뼈 아픈 지적이다.
전성남기자 jsnsky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