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흐르는 경기도 가평고등학교> 6·25전쟁 중에 피어난 ‘2달러의 기적’
<역사가 흐르는 경기도 가평고등학교> 6·25전쟁 중에 피어난 ‘2달러의 기적’
  • 가평/이상남 기자
  • 승인 2013.09.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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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40사단, 십시일반 기금 모아 가이사 중학원 건립
▲ 지난 2월 열린 가평고 졸업식에 참석한 미 40사단 참전용사들이 교내 희망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가졌다.

 

6·25 첫 전사자 케네스 카이저 상병 이름 따 학교명 설정
현재 가평고 전신…‘한·미 동맹 60주년’ 맞아 ‘시선 집중’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6·25전쟁 중에 피어난 ‘2달러의 기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 육군 40사단 병사들은 6·25전쟁 중에 십시일반 학교 건립기금을 모금하여 지난 1952년 문을 연 가이사 중학원이 바로 화제 주인공이고 경기도 가평고등학교의 전신이다.
이에 본지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가평고의 전신인 가이사 중학원을 알아봤다.

-가이사 중학원 설립
가이사 중학원 설립은 40사단장 조지프 클레랜드 소장이 주둔지 인근 천막학교를 둘러본 뒤였다. 포성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의 허름한 천막에서 한국 어린이 150여명은 찢어진 노트와 책을 들고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학생들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경기도 가평에 주둔한 미 육군 40사단 장병들은 ‘2달러 모금운동’이 벌어졌다.
클레랜드 사단장은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눈동자에 담긴 열정을 부대원들에게 전했다. 1만5000여 장병들은 의기투합해 학교를 짓기 위해 1인당 2달러씩 기부하고 공병부대는 건축공사를 지원했다. 아이들도 학교가 생긴다는 기쁨에 고사리손으로 벽돌 나르는 일을 도왔고 주민들도 이에 동참했다.
공사 시작 석 달 만에 교실 10개와 강당을 갖춘 학교가 완공됐다. 비록 외관은 임시막사 같았지만 학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움의 터전이 세워졌다.
이후 40사단 장병들의 기부활동 소식을 듣고 미국의 장병 가족들은 열차 세 칸 분량의 책과 학용품을 가이사 중학원에 보내왔다.
가평군 가평읍 대곡리 현 가평고등학교는 60년 전 이렇게 세워졌다.
‘2달러의 기적’이며 교정에는 ‘이 학교는 미 제40보병사단 장병들이 대한민국의 장래 지도자들에게 봉헌한 것입니다’라고 적힌 표석이 있다.

▲ 미합중국 제 40보병사단 한국참전용사회는 기념비에 “미국전우들 그들의 용맹과 우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기록했다.
-가이사 중학원 명명
건물완공 후 주민들은 40사단장인 클리랜드 장군의 이름을 학교에 붙이기를 원했지만 클리렌드 장군은 자기 이름 대신 한국전쟁 최초의 40사단 전사자인 케네스 카이저(Kenneth Kaiser Jr) 상병의 이름을 붙이기를 원했다. 원어로는 ‘카이저’이지만 당시 가평 주민들은 ‘가이사’로 불렀다. 그래서 학교이름은 가평 가이사 중.고등학교가 된다.


-가평 중·고로의 개명
가평 가이사 중학교는 교사를 갖추게 됐지만 정부의 인가를 얻은 정식학교는 아니었다. 이때 학교신축 현장을 방문하는 등 학교 설립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당시 미8군 밴플리트 사령관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학교인가의 어려움을 건의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가평군수를 통해 기존 학교와 비교하여 손색이 없다는 내용을 보고 받고 학교 인가를 지시한다. 이리하여 1953년 1월 가평 가이사중학교는 정식인가를 받은 정규공립중학교가 된다.
1954년 10월16일 준공된 희망탑엔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부착되어 있다. 1964년 학교는 개교 10주년을 맞이하여 교사신축에 공헌을 해주었던 클리랜드장군 부부를 초청한다.
이때 클리랜드 장군과 가이사 상병 동판 부조상과 비문을 희망탑에 부착하는 기념행사를 연다.
1972년 들어서면서 공립학교가 외국인의 이름을 교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공익적 의견이 대두돼 교명이 가이사에서 가평고등학교로 바꿔었다. 그러나 미 8군이나 미 제40사단의 관계자들이 본교와 서신교환 및 장학금 등을 전달할 때에는 지금도 가이사고등학교로 호칭하고 있다.

▲ 가평고는 미 40사단장 킷스디 존스의 도움으로 한국전 참전용사 재회 행사를 가졌다. 재회 행사 후 기념촬영(사진 좌측 2번째 킷스디 존스 사단장)을 가졌다.

-미 40사단과 가평고 인연은 이어져
40사단과 가평고 인연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클레랜드 장군은 1975년 작고하면서 연금 일부를 기부한다는 유언으로 부인은 1976년 가평고에 연금을 기탁했고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장학금을 전달했다.
2004년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40사단 후배 장병들이 그의 뜻을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가평고는 이들의 장학금을 기금 형태로 적립해 기금 이자를 지난 1990년부터 신입생과 졸업생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40사단 사령부도 1998년부터 ‘가이사 모금함’을 만들어 매년 장학금을 가평고에 지급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7일 열린 가평고등학교 졸업식에 미40사단 참전용사 5명이 미40사단 현역 부사단장인 실비아 크로켓 준장(BG Sylvia R. Crockett)과 동행하여, 현역장병과 참전 용사가 모은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지난 60년간의 끈끈한 우정을 다지고 있다.

▲ 가평고 함병현 교장은 미국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재회행사에서 학교에서 정성스럽게 마련한 선물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