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침묵’박근혜…‘朴心’은 여전
‘긴 침묵’박근혜…‘朴心’은 여전
  • 신아일보
  • 승인 2008.06.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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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당 후 본격 행보 나설듯…전면 부상 가능성도
허태열 당 대표 경선 출마도 심상찮은 기류 변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당 지도부가 당외 친박인사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하자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진 이후 현재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박근혜 총리’ 카드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됐을 때도 박 전 대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당 문제가 박 전 대표의 당초 요구대로 7월 전당대회 이전에 일괄복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박 전 대표가 조만간 대외 행보를 재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친박계의 좌장인 허태열 의원의 당 대표 경선 출마도 최근 심상치 않은 기류 변화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초 박 전 대표는 허 의원의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측근에게 허 의원의 출마 선언을 보고받고 “열심히 하시라고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20일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도와준 분에게 ‘열심히 하라’는 것은 정치 기본상 당연한 일 아니냐”며 “허 의원이 출마함으로써 그 동안 승자독식의 당내 구도를 화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허 의원을 명실상부한 ‘친박계의 대표 선수’로 인정한 셈이다.
친박계의 좌장이 당 대표 경선에 가세함으로써 ‘박희태-정몽준’ 양강 구도는 벌써부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박희태 전 의원과 정몽준 의원 진영은 벌써부터 허 의원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표 단속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친박계의 표의 당내 비중이 30% 정도인 만큼 박심(朴心)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빅2’의 승패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대표 선수’의 출전은 박 전 대표의 본격 행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허 의원의 신임 당 지도부 입성은 친박계로서는 당 지도부에 박심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개 창구를 마련하는 셈인 만큼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복당이 완료되면 친박계의 의석수가 최대 70여석에 이를 정도로 만만치 않은 규모여서 당내 대안 세력으로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각종 현안 때마다 ‘여당내 야당’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면 당내 주류계로서도 수 없을 만큼 무시못할 숫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외 친박인사의 복당으로 의석 수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당내 비주류라는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행동 반경에 일정 부분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의 한 의원은 “가장 크게 바라는 것은 친이·친박을 떠나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라면서도 “당과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간다면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때는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남기자 jsnsky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