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사기극’ 軍사정기관 뭘 했나
‘400억 사기극’ 軍사정기관 뭘 했나
  • 신아일보
  • 승인 2008.06.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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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위관 급 장교 10여명이 연루된 창군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극이 군 검찰에 적발 됐다.
우리 군의 도덕성과 기강이 이렇게 까지 헤이해졌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박주의’와 ‘한탕주의’의 그늘이 안보의 보루인 군에도 짙게 깔려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군 검찰에 기소된 박 모 중위는 지난 해 3월부터 지난 달 27일까지 3개월 안에 50%이상의 수익을 내 돌려 주겠다며 동료군인 650명과 민간인 100여명 등 모두 750여명으로부터 400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를 입은 이 중위는 상계동 자택에서 자살했다. 피해 군인은 대령부터 부사관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한 사람당 평균 300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 사기를 당했다.
이들은 신규 유치한 투자금으로 기존 원금과 수익금을 상환하는 이른바 ‘돌려 막기’식으로 동료군인 들을 등쳤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피해자 가운데는 국군 기무사령부와 헌병요원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기극을 막아야 할 군 사정기관원들이 돈에 눈이 멀어 자신의 업무를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군 사정 기관의 첩보 수집능력이다. 이들은 편취한 돈으로 인터넷 금융 다단계조직에 투자했다가 11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주식 투자로도 24억원을 날렸다.
또 강남의 고급 호텔을 이용하고 고급 룸살롱 등에서 하룻밤에 300-400만원을 술값으로 낭비, 유흥비만 40억원을 탕진했다.박 중위 등은 전역 후 모 증권사 펀드매니저로 영입이 확정된 상태라면서 시가 5억원짜리 람보르기니와 벤츠 등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사기 행각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군은 군내 민주화나 병사들의 인권 보호를 강조한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그 같은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향상을 이룩한 반면 기강이 많이 흐트러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상희 국방장관도 ‘우리 군이 편한 군대인 것처럼 근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바로 그런 군내 분위기가 일부 장교들이 발생할 사고가 두려워 훈련을 기피하는 등 무사안일한 통솔력에서 이번 사건 같은 이탈행위를 저지르게 한 원인은 아닌가. 되짚어 보아야 할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또 현역 장교들이 사기 행각이 1년 넘게 장기화하고 나서야 적발된 것도 문제다. 문제 인지도 늦었거니와 그처럼 피해가 확산될 때까지 군 사법 당국은 뭘 한 것인가 게다가 피해자 중에는 헌병과 기무사 요원도 포함됐다는 것 역시 한심한 일이다.
군 기강은 부대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군의 생활윤리 이완사례가 번지면 군의 신뢰추락은 물론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투력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