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행진… 한국경제 벼랑에 서다
3고 행진… 한국경제 벼랑에 서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6.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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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국제유가·원자재값 등 매달 기록 경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해결책 없이 두손만


살인적인 물가 행진이 거듭되고 있다. 소비자물가ㆍ생산자물가ㆍ수입물가 등 각종 물가 지표가 매달 기록 경신에 나서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특히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원자재 값 급등에 환율 상승, 여기에 물류대란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관에 직면했다.
정부도 전문가들도 이 같은 사태로 인해 한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우려되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기록적인 고물가 행진
물가 지표가 온통 빨간불이다. 5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1년 전에 비해 45%에 육박, 10년2개월 만에 최대로 올랐다. 특히 원자재 가격은 무려 28년 만에 최고치인 83.6%나 폭등했다.
고물가 행진의 원인은 무엇보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값이 급등이다. 두바이유 값이 올 5월 배럴당 119.5달러로 지난해 64.65달러에 비해 1년 동안 84.8%가 급등했다. 유가급등은 경유 가격을 40.7%나 끌어올렸다. 경유 값 인상으로 화물연대 차주들은 운송비 30%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밀가루 수입가격 상승도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밀가루 가격이 1년간 66.1%나 상승해 라면은 14.4%, 자장면은 14%, 스낵과자는 16%, 빵은 11.9%를 올랐다.
한국은행은 “원자재 값 상승분 중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64.3%에 달해 물가상승의 주원인은 유가”라며 “국제유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어서 앞으로 수입물가는 물론 소비자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환율상승이 물가불안 주범
특히 이번 수입물가 중 눈에 띄는 것은 환율효과다. 한은은 최근 수입물가 상승률이 44.6%로 환율변동효과를 제거한 계약통화기준(외화표시 수입가격)으로는 27.6% 상승했다고 밝혔다.
즉 수입물가 상승률 중 환율효과가 17.0%P를 차지하는 것으로 비중으로 따지면 38.1%에 달한 것이다. 이는 원유효과(20.2%포인트)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물가에 미치는 환율 영향력이 예상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3, 4월만 해도 20~30% 수준이었던 환율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상승세가 오르면서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 5월 평균 환율은 1,038원21전으로 4월(987원24전)에 비해서는 9.9%, 전년 동기(927원39전)에 비해서는 10.7%나 절하됐다.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더욱이 이 같은 자원 쇼크로 인한 물가 상승은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동안 고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 경제가 이미 성장 동력을 잃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고 있어 자칫 만성적인 침체 현상이 우리 경제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분석이다.
서둘러 경제 성장 동력을 빨리 찾거나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747 정책은 커녕 장기적인 경기불황 수렁에 빠져들 우려마저 있다. 하지만 이미 연내 6% 성장은 물 건너가고 5%도 어려운 터에 ‘물가 중점 관리 52개 품목’에 대한 가격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빠른 대책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자칫 이대로 가다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우려만 확산되고 있을 뿐 정치인들은 물론, 경제전문가들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금리인하 통한 경기부양 필요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선택’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시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통화 정책 수단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금리 인하가 물가 및 부동산가격의 추가상승의 위험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생산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하반기 유가 안정세로 3차 오일쇼크는 오지 않겠지만 기업들은 만일에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ERI는 2007년 초 배럴당 5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올 들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1년 새 2.5배가 증가하면서 3차 오일쇼크 전망까지 나오고 있으나 하반기 투기자금의 이탈 등으로 인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현재 국제유가의 초강세는 수급상황외에도 달러화 약세, 투기수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부채질하고 있는데, 투기수요가 주범”이라면서 두바이 국제유가가 연평균 150달러이면 2차 오일쇼크 수준이며 200달러가 넘으면 3차 오일쇼크를 맞을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소는 만일 3차 오일쇼크가 발생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4.9%포인트가 하락해 올해 경제성장목표치인 4.7%를 감안하면 마이너스성장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