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
추석(秋夕)
  • 김 종 학 /국장
  • 승인 2013.09.0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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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며 생각한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한가위의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들,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달빛에 빛나는 하얀 이마, 달빛에 빛나는 까만 눈동자.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 밤 달을 보는 나를 생각할까. 그야 모르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모든 어린이들이 어쩐지 정답게 느껴진다. 언제 만날지 어떻게 사귀게 될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나는 따뜻한 마음의 손을 서로 잡고 있는 것 같다.

박목월 시인의 시 ‘한가위의 오늘 밤’이다.

이제 얼마 있으면 추석이자 한가위이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 한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이다.

추석은 중추가절, 가배(嘉俳), 백물이 성숙하여 가절(佳節)이라고도 한다.

추석의 유래는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에 왕이 6부(部)의 여자들을 두 패로 나누어 길쌈을 하고 8월15일에 이르러 승패를 판가름한 후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준비해 함께 유희를 즐기니, 이를 가배(嘉俳)라 했다'라고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한마디로 추석 명절은 햇곡식이 넘쳐나고 음식이 풍성해지면서 마음까지 여유롭고, 이웃과 서로 나누며 즐기는 시간이다.

나누는 마음, 그것은 오랜 시간 남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전통이었으며, 우리들 마음에 가득 울려 퍼지는 따뜻한 구호이다.

우리 속담에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는데 1년 동안 땀 흘린 수확을 거두는 시기의 명절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하긴 쾌적한 가을날씨에 오곡이 무르익고 산과 벌판에 먹을 것이 가득했으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다.

그러나 올해 긴 장마와 폭염탓으로 식탁물가가 크게 올랐다. 가장 가격이 저렴해야 할 제철 채소와 과일이 이상기후 탓에 크게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도 커졌다. 주부들은 벌써부터 다가올 추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는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 넉넉한 마음으로 준비를 하자.

올해 추석은 부모님, 소중한 가족과 친지를 만나 효(孝)와 감사의 의미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며 세월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자. 나눔도 실천해 보자. 지갑이 얇아지고 물가 걱정이 많은 때일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 준 것보다 받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나눌 일을 먼저 생각하는 추석의 마음을 떠올리면 쌓였던 고민과 걱정이 절로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