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육을 강화하자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자
  • 조 휘 갑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 승인 2013.09.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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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절제돼 있으면서도 논리 정연한 글을 읽고 그 주장에 공감할 때가 많다. 감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글에 깊이 감동한다. 이것이 바로 글의 힘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도 조리있게 잘한다.
글쓰기는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최고의 도구다. 삶의 큰 경쟁력이기도 하고 삶을 윤택하게도 한다. 똑같이 회의에 참석하고도 보고서는 천차만별이다. 이것은 곧 실력 차이로 평가된다. 재료가 같아도 음식 맛이 다르고 물감이 같아도 그림 수준이 현격히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글쓰기는 기술이다. 아는 것이 많다고 반드시 글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글은 지식의 단순한 나열이나 표출이 아니라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 쓰는 방법을 모르면 창조는 고사하고 머리에 축적된 것조차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역사를 읽고 고전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는 것이 필수적이다.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고 논리가 분명해야 하며 자신이 표현한 것에 대해 몇 번이고 다시 검토하는 신중함도 있어야 한다. 다양한 지식, 깊고 넓은 생각, 그리고 창의성, 논리성,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좋은 글을 쓰는 전제조건일 것이다.
글쓰기가 이렇게 중요한데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글쓰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대학을 나오고도 논리적인 보고서 하나 변변히 못 쓰는 이유다. 책읽기를 소홀히 하고 토론을 할 줄 모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글쓰기가 학교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토론하기와 더불어 리포트, 에세이 등의 글쓰기를 끊임없이 교육한다.
대학에서도 글쓰기 교육을 계속한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 MIT, 스탠포드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전공에 관계없이 2~4개의 글쓰기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학생이 쓴 글을 문과 계열 대학원생이나 교수가 같이 읽으면서 고쳐 주는 글쓰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글쓰기센터에는 역사, 철학, 심리학, 논리학, 생명공학, 정치학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글쓰기 훈련을 돕는다. 특히 브라운대학은 작문 능력 검증이 필수적인 졸업 요건 네 가지 가운데 하나로 돼 있을 뿐 아니라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대학은 글쓰기를 특별히 중요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훌륭한 글쓰기 실력은 배움에 있어서 절대적 필수 요소다. 다양한 사고의 탐구, 생각의 미묘한 차별성의 분별, 그리고 지식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만 한다. 글쓰기란 소통하고 설득하기 위한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가 보다 분명히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나는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부담부터 갖는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거절하기 일쑤였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콤플렉스다. 생각해 보면 글쓰기와 친숙하지 않아 손해가 많았다. 격동기 30여년간 경제정책 업무를 다뤘으면서도 변변한 글 하나 쓰지 못했으니 말이다. 학교 다닐 때 글쓰기를 좀 더 배웠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요즘 시중에서 글쓰기 강좌가 큰 인기라고 한다. 모바일 시대는 글쓰기와 거리가 먼 줄 알았는데 페이스북이나 카톡에 멋진 글을 쓰려니 글쓰기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직장 업무의 상당 부분은 글쓰기다.
취직을 잘했어도 직장에서 글쓰기가 모자라면 처진다. 학원을 다녀서라도 글쓰기 실력을 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학교 등 일부 대학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커리큘럼을 개편해 글쓰기 과목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더구나 글쓰기는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교육돼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글쓰기를 생활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에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한다. 형식적 확대에 그치지 말고 내실 있는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늦출 수 없는 일이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 ‘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