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급속 권력 재편 양상
여권 급속 권력 재편 양상
  • 신아일보
  • 승인 2008.06.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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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李-세포분열 가속화, 친朴-복당후 전면부상
한나라당이 최근 ‘이상득 퇴진론’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외 친박인사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여권 내부가 급속한 권력 재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이재오 전 의원, 정두언 의원이 3분(三分)해왔던 친이계의 내부 구도가 세포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임 당 지도부가 권력의 중심부로 부상하고 있는 것.
이 전 부의장은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측근인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경질된 데다 퇴진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졌다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전면전을 불사할 듯 했던 정 의원 역시 최근 “일부 의원들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서면서 당내에서 동력을 잃고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재오계도 이 의원이 총선 낙마 이후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구심점을 잃은 셈이기 때문에 당내 영향력이 그만큼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 등 신임 당 지도부가 자연스럽게 권력 재편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 선출 실패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이 대통령과 고락을 함께 했을 만큼 이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고, 원내대표 취임 직후부터 특유의 추진력으로 복당 문제와 쇠고기 협상 문제 등 각종 현안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상득 전 부의장은 당분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신임 당 지도부와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그가 막후에서 직간접적으로 실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심재철, 공성진, 차명진, 진수희 의원 등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회동을 갖고 제2의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를 결성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오계의 한 의원은 이날 “각자 흩어져 견해를 피력하는 것보다는 토론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조정하는 것이 당의 발전을 위해 좋지 않겠느냐”며 “그런 취지에서 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들은 지난 회동에서 쇠고기 재협상 문제와 고물가.고유가 파동, 인사쇄신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계의 또 다른 의원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발족 시기를 7월3일 전당대회 이후로 늦춰 잡았다”고 말했지만, 이들 의원 대부분이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인사인 만큼 이번 모임을 계기로 정치적 입지를 재구축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고승덕, 강석호, 이철우, 나성린 의원 등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현장경제연구회도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상득 퇴진론’을 잠재우는데도 이들 의원들의 몫이 컸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들은 사태가 확전일로로 치닫자 지난 12일 시내 모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한 뒤 정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이들은 쇠고기 파동과 고유가 파동으로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권력 투쟁을 벌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했고, 홍 원내대표는 바로 다음날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 의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사태는 진정 국면을 맞았다.
이들은 현장 민생경제 중심, ‘일하는 국회’ 등을 기치로 내걸고 향후에도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여 당내 전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장경제연구회 소속의 한 의원은 “우리는 계파에는 큰 관심도 없고 잘 모른다”면서도 “초선 의원으로서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데 불필요한 장애 요소가 있다면앞으로도 당당히 발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움직임 역시 중대 변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여권 내부에서 유력하게 검토됐던 ‘총리’ 카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복당문제가 7월 전당대회 이전에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아 조만간 친박계가 전면에 다시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소속 의원들이 복당할 경우 당내 친박계의 의석수는 55~70석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각종 현안 때마다 ‘여당 내 야당’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면 당내 주류계로서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무시못할 숫자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가장 크게 바라는 것은 친이.친박을 떠나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라면서도 “당과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간다면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때에는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파동과 고물가 파동 등으로 극심한 민심이반 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박 전 대표가 다시 한번 보수 지지층의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당외 친박인사의 복당으로 의석 수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당내 비주류라는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행동 반경에 일정 부분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많다.
복당 이후 친박계가 내부적으로 총선 이전처럼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도 문제다.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의 강력한 ‘카리스마’ 아래서 ‘행동 통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복당이 이뤄진 이후 당내 친박계와 복당파가 당내 지분을 놓고 갈등 양상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