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권력암투’
청와대‘권력암투’
  • 신아일보
  • 승인 2008.06.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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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4비서관 지목
A. 욕심많고‘민비같은 존재’였다
B. 이간질 잘하고 음해·모략 명수
이상득‘뒷백’인사‘王비서관’부상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간 정 의원과 청와대 핵심 참모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두언 파문’의 발단은 지난 7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였다. 정 의원은 지난달 1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청와대 A·B·C비서관과 D의원을 지목하며 “국정수행이 아니라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A비서관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는 줄 알고 기용했는데 사실 민비(閔妃·명성황후) 같은 존재였다”고 비난했고, B비서관에 대해서는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데 명수”라고 맹비난했다. C비서관에 대해서는 “B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놓으려 하면 이를 말렸다”고 비판했고, A·B·C비서관의 전횡을 묵인한 인물로 D의원을 지목했다.
그는 한 고위 공직자가 밥 먹자고 하도 졸라서 나가 보니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 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이라고 말했다며 일종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도 폈다. 정 의원은 지난 7일 별도의 자료를 내고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조선일보 인터뷰와의 인터뷰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언론은 일제히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문제의 A·B·C비서관과 D의원으로 지목했다. ‘콧소리’를 내며 인사 청탁을 했던 고위 공직자에는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거명됐다.
정 의원의 발언은 당사자들끼리의 ‘진실 공방’은 차치하더라도 새 정부 출범 4개월여 동안 어지럽게 돌아간 여권 내 역학관계를 방증한다.
정 의원은 잘 알려졌듯이 친이계(친 이명박계)의 핵심 인사이자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던 인물. 그러나 높아진 위상만큼 견제 세력이 늘면서 그는 점차 권력 바깥으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박 비서관은 정 의원의 입지가 좁혀지는 동안 ‘왕(王)비서관’으로 불릴 정도의 실세로 급부상했다.
철두철미한 일 처리로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그는 새 정부의 내각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평이다.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새 정부의 인사 작업이 한창일 때에는 박 비서관의 발언에 따라 ‘인사 지형’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게가 실렸었다.
그러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만큼 책임도 뒤따랐다. 사실상 새 정부 요직에 앉게 된 인사의 대부분을 박 비서관이 직·간접적으로 천거했다고 알려지면서 ‘강부자(강남 땅 부자) 내각’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라인’이란 신조어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특히 이 대통령과 소위 ‘원조 MB맨’들의 소통을 중간에서 차단한 인물로 지목되면서 “인사를 독점한다”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엎고 호가호위한다”는 등 당 내 불만을 샀다. “이간질의 명수”라는 정 의원의 비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로 추측된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