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기대,땅에 떨어졌다”
“실낱같은 기대,땅에 떨어졌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6.0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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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李대통령 ‘재협상 불가’에 장외투쟁 재점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18대 국회 개원과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간 갈등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불교계 원로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최근 정부가 미국 측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청한 데 대해 “사실상 이게 재협상이나 다름없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완전 차단했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3당은 이날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논평을 통해 “실낱같은 기대마저 땅으로 떨어졌다”며 “재협상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최근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당론으로 정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야당 쪽에서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를 전제로 한 등원론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다시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의 재협상 불가 방침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 마당에 야당 스스로 제시한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접고 국회로 들어간다면 ‘민심 이반’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쇠고기 파동으로 성난 민심에 힘입어 4.6재보선 승리를 안아온 터라 이번에 제1야당으로서의 모습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 한, 당의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앞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소속 의원과 당원들을 촛불집회에 참여시키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또 오는 10일 6.4재보선 당선자들을 모두 촛불집회에 참석시키기로 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국을 두려워하는 행보로 일관하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재협상 관철을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장외투쟁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자유선진당도 같은 날 박선영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한 나라의 검역 주권을 지키기 위해 늦게나마 자기 교정을 하고자 하는 재협상이 무슨 문제를 야기한다는 말이냐”며 “국민을 현혹하려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민주노동당은 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당 지도부와 의원단 전원, 수도권 시도당과 지역위 간부와 당원 등 1000여명이 참여하는 ‘길거리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당원과 시민들을 모아 ‘국민주권지킴이단’을 모집, 끝까지 국민들과 행동을 같이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장외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회 파행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등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나라당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7일 한나라당 측에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잘 설득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통 큰 양보를 받아 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해법을 여야 간 합의로 넘긴다면 머리를 맞대고 국익에도 반하지 않고 성난 민심도 달랠 수 있는 해법을 내놓겠다”고 제안했다.
한나라당도 당분간 18대 국회 개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야당을 압박하는 대신 물밑접촉을 통해 향후 정국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