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원칙적 일괄복당’수용
박근혜‘원칙적 일괄복당’수용
  • 신아일보
  • 승인 2008.06.04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당 뒤 한나라당 내부구도 ‘朴 지도력에 달렸다’
서청원“‘꼼수’로 일괄복당 안 되면 당에 남을 것”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지난 2일 제시한 ‘원칙적 일괄복당’ 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4일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18대 국회가 개원(5일)하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18대 국회가 개원하는 5일께 친박 인사 복당 논란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허태열, 유정복, 서병수, 김성조 의원 등 재선급 의원 10여명과 구상찬, 김선동, 이정현, 현기환, 윤상현 등 초선의원들을 만나 구체적인 복당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친박 인사들은 박 전 대표에게 복당 문제에 대한 모든 판단을 일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시한 복당 기준에 의해 사실상 복당이 어려워진 친박연대 소속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는 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친박연대 낙선자와 조직위원까지 한나라당으로 일괄 복당되지 않으면 당을 지키겠다”며 “한나라당 복당 문제는 정치 집단으로서 명쾌한 해답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꼼수 같다”고 한나라당의 결정을 비난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적을 갖고 있다가 지난 총선에서 낙천해 탈당한 뒤 당선된 인사들을 복당시키기로 결정하고 주중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복당 기준에 따르면 친박 무소속 의원 12명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전원 복당이 가능하지만 당적 없이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한 친박연대 대다수는 복당이 어렵게 된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지도부가 제시한 ‘원칙적 일괄복당’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복당 이후 당내 역학구도에 어떤 변화가 올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친박계의 의석수는 한나라당 내에서는 최소 30석에서 최대 46석,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순수 무소속이 26-30석으로 총 55-70석 정도로 추산된다.
일괄 복당 후에는 당내 친박계 의석수가 두 배 가량 늘어나는 셈이어서 친이계와 친박계간 지분 비율과 역학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석수를 당 차원에서 계산했을 때 통합민주당에 버금가는 제3당의 규모인 만큼 당내 주류인 친이계로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 정도 규모라면 당내 다수파인 친이계에는 못 미치더라도 지도부 선출, 지방선거 공천, 각종 법안 처리 시마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남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친박계의 규모를 놓고 보면 캐스팅보트 행사 정도가 아니고 완전히 방향을 틀어버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전날 전격적으로 복당 기준을 제시한 것도 최근 쇠고기 파동과 유가 급등으로 인한 민심이반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친박계에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권에서조차 이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사실상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대통령께서 많이 양보하신 것 아니겠느냐”며 “향후 두 분이 국정동반자로서 원만한 관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지도부의 복당안을 수용한 뒤 곧바로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경우 ‘원칙론자’의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가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친박계의 수장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정권 후반기에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다 당내 다수파인 친이계의 집중적인 견제를 뚫고 나갈 수 있겠느냐는 점도 문제다. 다수파가 차기 유력 대권주자의 행보를 손 놓고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안마다 친이계 측에게 제동을 걸 경우 소수파로서 이를 극복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친박계가 늘어나기 때문에 계파정치가 극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높다”며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부분에 있어서는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도 “7월 전당대회가 끝나봐야 양 측의 구도와 윤곽이 선명히 드러나겠지만, 재보궐 선거나, 전당대회, 지자체 선거 등 현안에 있어서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복당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예전만큼 친박 세력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 순수 무소속 연대가 ‘친박’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복당 후 당내 친박과 지분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당이 친박계에 얼마만큼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결국 박 전 대표의 지도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