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 머리카락 길어지는 날!
[맹소영의 날씨이야기] 머리카락 길어지는 날!
  • 온케이웨더
  • 승인 2013.08.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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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파마금지’라는 공식이 있다. 사실일까? 실제 비가 오는 날에는 맑은 날에 비해 특히 파마 손님이 약 30% 정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높은 습도 때문이다. 우리 몸 중에서 날씨변화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수분을 흡수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습도가 높은 비오는 날에는 머리카락이 수분을 흡수하여 약 1.5배 팽창하게 된다. 비오는 날 머리카락이 축 처지는 이유도 머리카락이 수분을 많이 머금으면서 머리카락의 무게가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길이로 따진다면 가로로 약 14%, 세로로 약 12%가 늘어나고, 부피로 따지는 평소보다 10% 이상 늘어났기 때문에 곱슬머리인 경우 더욱 푸석푸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습도와 머리카락의 연관성 때문에 사람들이 겨울보다는 비가 많은 여름철에 이발을 더 자주하게 되는 경향 역시 크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비오는 날 파마가 잘 안 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파마약은 머리카락과 머리카락 사이에 탈수축합반응을 일으키는 약품인데, 말 그대로 탈수, 머리카락에 수분을 빼내는 것이다. 그런데 비가 와 습도가 높아지면 머리카락이 머금고 있는 수분이 많아져 파마 약의 결합력을 떨어뜨려 웨이브가 제대로 나올 수 없게 된다. 또한 높은 습도 때문에 파마약이 잘 희석될 수 있어 약효에도 약간의 영향을 미친다. ‘머리가 헝클어지면 비 올 징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비가 오기 전에 무릎이 욱신거리는 어르신들의 관절예보 못지않게 머리카락이 앞으로의 날씨를 예견해줄까?
 
실제 머리카락으로 예보가 가능하다. 일명 ‘모발습도계’가 그렇다. 르네상스 시대에 천재적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머리카락이 습도에 따라 늘어나는 성질을 이용해서 ‘모발습도계’를 발명했다. 이후 18세기 말 유럽에서 실용화에 성공한 모발습도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모발습도계에도 적합한 머리카락은 따로 있는데 동양인의 머리카락보다는 서양인의 머리카락이, 서양인의 머리카락 중에서도 특히 15세를 전후한 프랑스 소녀의 금발머리 즉, 천연적인 금발상태의 모발이 정확한 습도 예측에 아주 적합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미용업계에서는 ‘비 오는 날 파마를 하면 안 된다’라는 상식을 깨기 위한 기술적인 노력이 상당하다. 냉난방기와 건축기술을 이용해서 비 오는 날에도 적정 실내 습도를 유지하고, 머리카락에 열을 균등하게 주는 동시에 수분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열기구라든지 셋팅, 디지털 파마기 등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비 오는 날만 한정적으로 파마 할인 행사를 한다든지, ‘1+1, 함께 오시는 분 공짜’ 같은 레인마케팅을 펼치면서 비오는 날 미용실을 꺼리고 있는 고객 몰이를 위해 갖은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여름의 마지막 기운이 머문다는 가을의 두 번째 절기 처서(處暑)에 걸맞게 주말까지 전국에 폭염을 식혀줄 단비가 예상된다. 머리손질을 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는 비 때문에 불편함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비 덕분에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날씨꾼이 되길 기대해 본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weathercom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