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노는 경제검찰?’
공정위는 ‘노는 경제검찰?’
  • 신아일보
  • 승인 2008.06.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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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외유성 해외 연수 국고 낭비
감사원 ‘2007회계연도 재무감사 결과’

‘공무국외여행’ 지침 위반 태반
과징금 환급 지연 혈세 ‘출혈’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직원들을 외유성 단기 해외출장에 보낸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감사원이 발표한 ‘2007회계연도 재무감사’ 결과 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예산 6000만원을 들여 직원 23명을 관광성 국외단기연수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명목은 공정거래제도 개선을 위한 관련 외국법 및 정책 동향을 벤치마킹하고 선진국의 지식경영 운영 실태를 파악한다는 것.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2007년 12월1일~8일)을 들여다보면 프랑스와 스위스를 체류한 6일 중 공식기관을 방문한 것은 단 5시간에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여행사 일정에 맞춰 루브르 박물관 등 현지를 단체 관광한 뒤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국외여행 지침’ 위반사항 태반
지난해 공공기관의 외유성 국외 출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공무국외여행 관련 복무지침’(지침서)을 중앙행정기관에 시달해 다수 인원이 해외로 시찰 또는 견학하는 관광성 출장을 적극 억제하도록 지시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해외로 공무 국외여행을 떠날 경우 ‘꼭 필요한 경우’ 시 여행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 방문지’로 제한하며 ‘필수인원’만 ‘최소한의 기간’으로 다녀오도록 되어 있다.
년도 말 예산을 소진키 위해 불필요한 국외 출장을 다녀오는 것 역시 단속대상이 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같은 지침서에 어긋나는 해외연수를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단체여행의 목적ㆍ내용 등의 심사를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심사위원회를 두지 않았고, 여행 타당성에 대한 구체적 사전심사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유성 해외연수에 5년간 2억원 투자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초 직원 23명을 ‘외국의 경쟁법 및 정책의 동향을 파악하고 벤치마킹하여 관련제도를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연수계획을 수립한 후 심사위원회 심사도 없이 그대로 집행했다.
그 결과 연수목적에 맞지 않는 기능직, 사서직 직원들이 다수 포함됐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프랑스와 스위스의 명소를 단체 관광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 지식정보팀 직원 3명은 선진국의 지식경영 운영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홍보기반을 구축한다는 명목 하에 동 단기 해외연수팀과 합류해 같은 일정으로 국외출장을 떠났다.
이들은 프랑스 경쟁위원회 등을 방문해 지난 2006년 공정위가 자체 개발한 지식경영시스템(KMS)인 '‘ThinkFair' 관련 영문 브로슈어와 프리젠테이션 CD와 같은 홍보물을 전달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단체 관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공정위는 불필요한 단기 해외연수가 분명한 23명에게 5523만3000원을, 지식정보팀 직원 3명에게는 596만5000원을 지원해 총 6119만8000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집행했다.
더 문제된 것은 이 같은 외유성 단기 해외연수가 매년 반복되어 왔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 공정위가 실시한 단기 해외연수 현황’을 살펴보면 2003년 이후 매년 4000만~5000만원을 들여 2007년까지 총 2억3000만원을 부적절한 국외여행에 쏟아 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서별로 직원들을 번갈아 참여시킨 결과 전체 직원의 약 20%인 100명이 거창한 명목하에 국가 예산으로 해외 관광을 다녀온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공정위원장은 불필요한 관광성 공무 국외여행을 시행하지 않도록 지침서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국외여행 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조치를 내렸다.
◇ 과징금 환급 지연으로 6억원도 세나가
이밖에도 공정위는 ‘과징금 환급 기준’을 산정하지 않아 환급가산금이 낭비된 사실이 감사원으로부터 적발돼 지적받았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정위가 행정소송 패소 등의 사유로 과징금을 환급하는 경우 과징금 납부일로부터 환급일까지 이자(연 4.75%) 상당의 환급가산금을국고금에서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공정위는 지체 없이 환급업무를 처리하여 환급가산금을 최소화하는 등 국고금의 낭비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환급기한, 환급절차 등 처리절차에 대해 구체적 기준이나 지침을 마련해 두지 않고 있어 2006년~2007년 동안 총 5억8300만원(국고금 부족분 제외 시 2억3100만원)이 추가로 국고금에서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측은 “환급사유 유형별로 최단 환급기간을 살펴보면 이의신청의 경우에는 2일, 소송패소는 4일, 직권취소는 18일이나 공정위는 최대 83일이 지난 뒤에야 환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 결과 최근 2년 동안 환급 처리한 117건에 대해 환급가산금 6억여원이 추가로 국고금에서 지출됐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마켓 프렌들리’(시장친화)를 새로운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공정위의 내부 투명성 강화 및 공정한 업무집행이 한층 엄격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양경섭기자
ks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