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진보-보수 손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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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아일보
  • 승인 2008.05.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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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창조한국,‘3포인트’교섭단체 구성 합의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지난 23일 18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대운하 저지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 확보가 전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소기업 활성화 등 3가지 분야에 대해 제한적으로 공동 보조를 취하는, 이른바 ‘3포인트’ 교섭단체를 구성키로 했다.
양당은 이날 합의문을 통해 “양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에 대해 인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며 “이와 함께 사람중심의 창조적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기업과 노동, 도시와 농어촌, 남성과 여성, 젊은이와 어르신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 건설을 위한 연구와 논의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당의 정책연대는 국가 중대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중심으로 정당들이 유연하게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역사적 결단”이라며 “무의미한 정파 다툼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에게 정치가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회동 직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양당의 정체성은 그대로 간다”며 “원내에서 비교섭단체가 받는 막심한 피해를 줄이고, 비교섭단체 국회의원을 지지한 국민들의 대표성을 복원하기 위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추후 합당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가 기본적으로 창조한국당의 3가지 정책에 대해 흔쾌히 수용했기 때문에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했다”며 “두 당의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원내에서 서로 협조는 하겠지만 합당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3개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양당이 충돌할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는 “의원 각자의 소신에 따라 ‘크로스 보팅’을 하면 된다”고 말했고,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귀속적 당론이 있을 수 있고 자유투표에 맡길 수도 있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양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야합’이라는 지적에 대해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 보면 DJP정권 처럼 사람을 빌려오는 방식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했는데, 이는 국고보조금을 지원 받기 위한 목적”이라며 “지금처럼 합당을 하지 않고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국고보조금에는 차이가 없다. 경제적 득실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야합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양측의 정체성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정체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 자연보호 문제는 함께 가는 부분”이라고 밝혀, ‘정체성이 다르다’는 창조한국당의 입장과 차이를 보였다.
양당은 우선 3개 분야에 대해 정책공조를 펼친 뒤, 새로운 정책 사안이 발생하면 그때마다 정책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조율할 방침이다.
또 교섭단체 명칭, 원내대표 지정, 상임위 배분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실무 차원에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양측은 이틀 전부터 교섭단체 구성에 관한 본격적인 합의에 돌입했으며, 22일에는 밤 늦게까지 ‘마라톤 회의’를 벌이며 합의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은 막판까지도 합의문 내용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23일 오전 회동에 앞서 창조한국당이 배포한 합의문에 포함된 ‘한시적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자구를 ‘제한적’으로 고치기 위해 합의문을 다시 수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양당은 18대 원구성을 앞두고 국회 상임위 배분과 상임위원장 배정 등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교섭단체 합의와 관련 “(문국현 대표의) 자기부정이며 국민배신”이라고 비난했다.
진보연대는 이날 오후 배포한 논평을 통해 “창조한국당과 자유선진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합의는 이뤄질 수도 없고 이뤄져서도 안되는 사건으로 무슨 말로도 가릴 수 없는 야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보연대는 특히 “‘비정규직과 농민, 중소기업 등을 위한 개혁’을 주장하며 국민의 지지를 얻은 문국현 대표가 재벌을 대변하는 원조보수 자유선진당과 합당한 것”이라며 “공인으로서 국민에게 약속한 정강정책을 무시하고 이익을 따라 이합집산하는 이런 정치풍토는 국민에게 더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