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운명과도 같은 작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운명과도 같은 작품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3.07.28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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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모델 출신 큰 키로 역할 놓칠 뻔

검사복이 잘 어울리는 여자 이 다 희

서도연 역, 마음 비우니 나온 결과물

SBS TV 수목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새로운 별의 탄생을 알렸다. 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의 고교시절 친구이자 숙명의 라이벌인 검사 ‘서도연’을 열연 중인 탤런트 이다희(28)다. 2002년 슈퍼모델 출신으로 MBC TV ‘태왕사신기’(2007), ‘크크섬의 비밀’(2008), ‘로열패밀리’(2011), tvN ‘버디버디’(2011) 등 드라마, ‘흑심모녀’(2008) ‘하모니’(2010) 등 영화에서 바쁘게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이다희는 ‘한 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토록 울었나보다’는 시 구절을 실현하기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을 참고 견뎌왔던 것처럼 유감없이 만개하고 있다.
세련된 외모와 늘씬한 키(174㎝)로 검사복을 자기 옷처럼 소화해내고 있는 이다희이지만 사실 키 때문에 하마터면 서도연을 놓칠 수도 있었다. “시놉시스를 읽으면서 흠뻑 빠져들었어요. 정말 하고 싶더군요. 그런데 최근 인기리에 끝난 SBS TV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키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미팅 기회 조차 잡지 못했거든요. 그때 연출자가 지금 우리 드라마를 연출하시는 조수원 감독님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꼭 하고 싶었어요. 소속사를 졸라 감독님과 만났고, 네 번이나 미팅을 했네요. 처음에는 키 때문에 탐탁치 않아 하시던 감독님도 만날수록 조금씩 마음을 여시는 거에요. 두 번째 리딩에서 마침내 오케이를 받아낼 수 있었답니다.”
이다희의 말대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운명적인 작품”이었던 셈이다.
꿈에도 그리던 서도연을 꿰찼지만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도연이는 악역은 결코 아니죠. 그렇지만 혜성과 계속 대립하는 캐릭터잖아요. 그러니 혜성에 대해 날이 서있고, 열등감도 갖고 있는 것으로 그려져야 했죠. 동시에 드라마 초반에는 악역처럼 보이지만 서서히 그녀가 갖고 있던 사연과 비밀이 밝혀지죠.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나쁜 아이로만 비쳐진다면 뒤에 나오게 될 도연의 약한 모습이나 상처가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없게 되잖아요. 그래서 캐릭터를 잡느라 감독님과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준비를 했어요.”
특히 연기력이 뛰어난 이보영(34) 윤상현(40) 이종석(24)과 공연하는 것은 든든하기도 했지만 부담인 것도 사실이다. “보영 언니, 상현 오빠, 종석씨가 워낙 연기를 잘하니 제가 조금만 잘못해도 그 분들의 연기를 깎아내릴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죠. 특히 보영 언니는 저와 맞붙는 신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연기가 더 잘 안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아예 마음을 싹 비우고 맞부딪치기로 했죠. 그게 통했나봐요. 호호호.”
이다희가 이보영과 맞부딪치는 신에서는 불꽃이 인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오랫동안 여성 원톱 주연을 맡으며 오랜 경험과 내공을 쌓은 이보영과 맞서 이다희는 한 치 양보도 없다. 유력 법조인의 딸로 검사라는 타이틀까지 가진 서도연이 자기 집 식모의 딸이자 사법시험에 붙었지만 판·검사도 못 되고, 로펌에도 못가서 결국 국선변호인이 된 장혜성에게 왠지 밀리는 인상을 줬다면 이 드라마가 눈 높은 요즘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이다희는 검사라는 특별한 직업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2011년 ‘로열패밀리’에서 사법연수원생으로 검찰청에서 검사를 도우며 검찰 경험을 해보는 검사 시보로 등장했다. 당시 특별한 캐릭터명도 없었던 이다희가 2년 뒤 검사로 나오니 ‘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연주시에서 검사가 된 것이구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다희는 “‘로열패밀리’에서 검사 시보를 할 때는 사실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아니었어요. 시청자들도 검사 시보니까 용서해주셨을테구요”라면서 “이번에는 검사잖아요. 완벽하게 여검사가 돼야죠. 그래서 재판도 여러 차례 견학했고,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말투 같은 미묘한 차이도 발견했죠. 그렇게 준비된 모습으로 서도연을 표현해보려고 했답니다”라고 털어놓는다.
이다희는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일단은 이다희 보다 서도연이 돋보이기를 바란다. “그동안 저를 몰랐던 분들이 많을 거에요. 그런 분들에게 서도연을 통해 저를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뻐요. 다만 저보다는 서도연이 먼저 보였으면 해요. 친구 장혜성에게는 꼭 이기고 싶고, 엄격한 아버지로부터는 늘 인정을 받고 싶고, 범죄자에 대해서는 정의의 수호자이고 싶은 서도연의 모든 것이 제가 내뱉는 대사 한 마디, 하는 행동 하나로도 생생하게 그려졌으면 해요. 제가 유명해지고 스타덤에 오르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으로 각광 받는다고 해도 원톱 욕심보다는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