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간 ‘칸막이’로 세금 수천억 증발”
“기관간 ‘칸막이’로 세금 수천억 증발”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3.07.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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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세청, 기관간 칸막이 제거에 소극적”

국세청이 ‘칸막이’ 제거를 통한 협업을 강조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기조와는 달리 정보공유에 소극적이라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올해 3월부터 약 한 달간 국세청 등 3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정보의 공유 및 개방실태’ 감사결과를 25일 발표했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국세청은 다른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 과세자료를 공공기관 등에 제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개별 법률에서 ‘세무관서에 과세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아예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이같은 규정의 입법화에도 반대하는 등 자신들이 보유한 과세자료를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에 소극적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 사회보험료의 경우 국세청이 4대 보험기관에 일용근로소득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이에 대한 건강보험료 등이 제대로 부과되지 못하고 있다. 교통과태료 1조3000억원, 환경부담금 9000억원 등 체납된 세외수입의 징수를 위한 목적으로도 국세청의 과세정보 활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감사 기간 중 관세청이 조사한 28개 불법 외환거래 사건의 조세탈루액은 993억원에 이르고 국세청이 조사한 87건의 역외탈세 사건에서 17개 업체가 불법 외환거래와 관련돼 있었다.

그러나 국세청과 관세청은 상대기관이 보유한 조사자료의 제공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보유한 자료는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세청은 골프회원권 등의 취득자료와 미등기 양도자산 명세서, 사업용 부동산에 대한 임대가액명세서 등 취득세 부과를 위한 자료를 보유하고도 지방자치단체와 이를 공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등기 양도자산 등에 대한 국세(양도소득세)는 부과하면서도 지방세(취득세)는 부과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기간 중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의 자료 미제공으로 95개 지자체가 미등기 양도자산에 대한 취득세와 과징금 32억6000만원을 부과하지 못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월 100만원 이상 지급한 업체 기준) 군복무자에게 지급된 일용근로소득이 총 2219억원에 달했다.

실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 중에서도 허위 입원이 의심되는 장기입원 환자나 복무규정을 위반한 군복무자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국세청은 관련 자료를 건강보험공단이나 병무청 등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안전행정부와 국세 및 지방세 환급금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세 환급금이 발생할 경우 국세 체납 여부만, 지방세 환급 대상자의 경우 지방세 체납액 여부만 확인하면서 ‘국세 체납자에 대한 지방세 환급금’이나 ‘지방세 체납자에 대한 국세 환급금’은 그대로 지급됐다.

최근 3년간 지방세 체납자 72명이 34억원의 국세환급금을, 국세 체납자 837명이 130억원의 지방세 환급금을 돌려 받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세청과 다른 기관 간의 과세정보 공유 근거를 법률에 마련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국세청과 안행부, 관세청, 조달청 등에 자료 공유 방안을 협의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