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 이제 바뀌나
국세청 세무조사 이제 바뀌나
  • 신아일보
  • 승인 2008.05.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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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흔히 ‘갑’으로 비유되는 공무원조직 중에서도 막강한 존재다.
기업인들 사이에선 ‘갑중의 갑’ ‘울트라 갑’으로 불리기도 한다. 힘의 원천은 세금을 걷는 권한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수단이 세무조사다. 조사원들이 기업에 나가 몇 달씩 세무조사를 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기 어렵다.
게다가 엄청난 세금까지 부과하면 기업의 생사가 달려있을 정도다.
국세청이 내놓은 세무조사 쇄신방안은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실천 프로그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세청은 지난 16일 전국 세무서장 회의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각오로 국궁진력(鞠躬盡力)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각오는 세무조사 대상기업 선정에 민간인을 참여시키고 납세자가 조사공무원의 근무태도를 평가하게 한다는 등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 둔화로 납세자들의 고통이 큰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국세청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은 과거에도 세정 혁신을 추진 해왔으나 납세자들의 체감 지수를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세무서장들의 만찬회에서 이제는 기업이 ‘갑’이고 세무관서가 ‘을’라는 대통령의 언급도 따지고 보면 세무행정의 혁신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 그동안 세무조사는 성실납세유도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걸핏하면 여러 가지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동원돼 왔다.
부동산 투기 억제나 물가 안정수단은 단골 메뉴가 돼있고 심지어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도 전혀 없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정책목적은 정당하다 하더라도 세무조사를 하면서 잘못된 수단을 남발하는 것은 세정에 대한 분신을 초래하고 기업 활동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그렇다보니 경제 주체인 기업이나 일반 납세자들은 여전히 국세청을 무서운 기관으로 여긴다.
이제는 이 같은 구시대적 병폐는 없어져야 한다.그런 점에서 우리가 눈여겨보고자 하는 것은 쇄신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얼마나 성실하게 실천에 옮기느냐 하는 점이다.
실행이 관건이고 중간에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정당국은 “세무행정만 바뀌어도 기업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당부를 명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