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거장’ 김종학 PD 별세
‘한국 드라마 거장’ 김종학 PD 별세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3.07.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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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충격… 한연노 “외주 제작 관행의 비극”

90년대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 등으로 한국 드라마계에 한 획을 그은 스타 연출가김종학 PD(61)가 23일 오전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김종학 PD가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외부 침입흔적이 없고, 외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 중에 있다”고 밝혔다.
숨진 채 발견된 방에서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경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최근 피소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최근 김PD를 피의자 신분으로 한차례 소환 조사한 후 지난 17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PD는 19일 오전 예정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대신,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키로 검찰과 협의했지만 심문을 앞두고 갑작스레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씨가 심적 부담으로 인한 자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씨가 사업 실패로 인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이런 여건들이 복잡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보를 접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김종학 PD의 사망을 두고 드라마 외주제작시스템의 잘못된 관행에 기인하고 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평소 한국 드라마 산업 성장에 이바지했던 고 김종학 PD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방송사에만 유리한 외주제작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은 계속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학PD는 한국 드라마계에 한 획을 그은 스타PD로 알려져 있다.
1977년 MBC에 입사한 뒤 1981년 범죄추리극 ‘수사반장’을 통해 연출자로 데뷔했다. 1984년 ‘인간의 문’으로 한국방송대상 연출상을, 1984년과 1992년’동토의 왕국’과 ‘여명의 눈동자’로 한국방송대상 작품상과 백상예술대상 연출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성과를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김종학 PD의 대표작으로 높은 시청률과 함께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킨’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등이 있다.
특히 ‘모래시계’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현대사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최초로 드라마에 담아낸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 있다. 최민수와 고현정, 박상원, 이정재 등의 스타들도 ‘모래시계’를 통해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김종학 PD 역시 ‘모래시계’로 백상예술대상 연출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배용준이 주인공으로 나선 판타지 무협드라마’태왕사신기’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엔 고려시대 무사와 현대 여의사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드라마 ‘신의’로 5년 만에 연출에 복귀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종학 PD는 ‘여명의 눈동자’를 끝으로 MBC를 떠나 프리랜서 PD로 활약, 1998년 자신의 이름을 딴 김종학프로덕션을 설립해 제작자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는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아름다운 날들’ ‘풀하우스’ ‘해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등 히트작 제작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故김종학 PD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상태로, 많은 연예인과 관계자들의 추모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발인은 오는 25일 오전 8시에 엄수되며, 성남 영생원에서 화장 후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 안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