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정… 정치권 엇갈린 반응
공기업 사정… 정치권 엇갈린 반응
  • 신아일보
  • 승인 2008.05.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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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검찰수사 신뢰한다” VS 야 “기관장 물갈이 의도”
공기업의 비리 의혹을 전례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하고 있는데 대해 한나라당은 검찰수사를 신뢰한다고 밝힌 반면, 야권은 우려를 나타내며 수사 배경에 공기업 민영화나 기관장 물갈이 의도가 깔려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 16일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혐의가 있으면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를 할 것”이라며 검찰수사에 신뢰를 나타냈다.
반면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 정권에서 공기업 기관장으로 일했던 것이 주홍글씨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만약 공기업 개혁을 빌미로 정치 보복에 나선 것이라면, 보복성 사퇴 압력의 진상을 밝히고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공기업은 민간기업과는 달리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공익을 실현해야 하는 만큼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문제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일괄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공기업에 민영화 압박을 가하기 위해 정부가 정치적 수단으로 검찰을 활용하는 것 같다”며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기업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일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시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모든 것을 강행 방식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과연 국민들을 설득할 근거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면서 “만약 공공 기관을 시장으로 다 넘기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공기업이 지금까지 방만한 경영을 해온 만큼 국내 상식에 맞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이전 정부의 인사들을 몰아내기 위한 표적수사라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비리는 비리대로 수사해도 최근 검찰 수사가 정치성을 의심받는 상황인 만큼 시시비비를 가려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공기업 수사는 철저하고 단호하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행동 대장처럼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사전 포석을 밟는 것이라면 다른 문제”라며 “이런 식의 수사 보다는 공기업의 비리 구조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이어 “매번 정권 초기 유행처럼 사정 정국이 벌어지면 일부 성과는 보겠지만 결과적으로 기관장들이 물갈이 되면서 공기업을 위축시키고 정부의 ‘자기 사람 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기업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관계자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오던 공기업의 방만 경영, 비리 등을 감사원에서 이미 적발했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수사한 결과,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책임자는 엄중히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수사에 착수해서 아직 특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예의 주시하고 지켜보자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공기업들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만큼 일종의 특혜를 누려 왔고 외유성 해외방문, 경영부실,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의식 결여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번 수사로) 경영부실을 비롯해 각종 의혹이 뿌리 뽑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의 부실ㆍ비리와 관련한 조사는 대검찰청과 같은 사법기관이 아니더라도 여타 기관에서 충분히 감독ㆍ감시할 수 있었는데 여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라면서 “조직에 대한 전반적인 수술이 필요한 만큼 이번 한 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ㆍ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검찰 내 최고 수사기관인 대검중수부가 직접 나설 정도로 강도 높은 수색조사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공기업 전반에 대한 쇄신이나 투명성을 위한 수사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검찰 수사에) 혹시 다른 의도가 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권이 바뀐 시점에서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가해지고 있으며 재신임을 묻는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어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