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 규제일까? 기회일까?
탄소배출권 거래, 규제일까? 기회일까?
  • 이 승 재 인천생활환경연구원 원장
  • 승인 2013.07.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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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및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이를 위해 고안된 제도인데, 최근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둘러싸고 각 계에서 찬반논쟁이 뜨겁다.
애초 예정했던 도입 시기가 2013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됐지만, 논쟁이 식을 줄 모르며 여전히 이슈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녹색산업이 의무이자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반대하고, 한쪽에서는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찬반논쟁이 이어지자 정부에서는 입법 예고한 도입 시기를 연장한다는 강수를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은 기업과 국가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탄소배출권리(공장 등에서 온실가스를 일정량 배출할 수 있는 권리) 를 사고 팔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 제도로 시장 기능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온실가스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이산화질소, 메탄, 과불화탄소, 수소불환탄소, 육불화황 등이 있다.
이 중 이산화탄소가 온실 효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권을 일반적으로 탄소배출권이라고 부른다. 즉,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한 뒤, 실제 배출량과 비교해 허용량보다 남거나 모자라는 양을 배출권거래소에서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 하고, 반대로 온실 가스 감축 설비나 생산 공정의 변화 등을 통해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제도는 2008년 8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2009년 9월, 통상적으로 경제활동을 이행했을 때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를 2020년까지 30% 줄이겠다는 국가온실가스 중기 감축 목표를 설정했으며, 마침내 지난해 11월 탄소배출권 거래제 입법안을 내고 2013년부터 거래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8개 경제단체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연기를 건의하는 등 산업계 반발에 부딪혀 올해 2월 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 수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구제나 부담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매년 2배씩 성장해온 탄소시장 및 녹색산업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된다며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중 60% 이상을 산업부문이 차지하는데도 뚜렷한 감축 수단이 없는 상태여서 배출권 거래제가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고 이것이 경쟁력을 약하게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녹색 기술과 에너지효율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한 몫할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 30% 감축이라는 국가 감축 목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도입이 늦어지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을 감축해야 하므로 기업 부담이 더 커지고 오류가 생길 확률이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서서히 탄소배출권이라는 신호를 줘, 변화에 몸을 단련시키다 보면 탄소 감축 기술과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환경보호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내고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게 함으로써 기업 스스로 탄소배출 절감 노력을 하게 하려는 의도다. 환경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탄소배출이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책임이며, 강제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서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유럽연합(EU) 27개국과 뉴질랜드 등이다. 2002년 영국에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개설된 이래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개설돼 있는 유럽기후거래소(ECX)가 현재 가장 큰 규모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이다.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활을 통해 실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온실가스는 기업에서만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조명을 켜거나 컴퓨터, 휴대폰, 더운 물 등을 사용할 때도 탄소를 내보내고, 과자를 만드는 데에도 생산 및 수송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나오니 과자 한 봉지를 먹는 것도 탄소를 배출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