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이 지난 11일 정계은퇴를 하지 않고 국내에서 정치적 행보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20일 동안 지리산 산행을 마치고 하산한 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패장은 군말을 하지 않듯이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해, 정계복귀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현재 지지율 하락 등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 당의 ‘구심’ 역할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분열된 친이계의 세결집을 도모하는데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의 이러한 발언이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의원측 측근은 이 의원의 발언과 관련, “정계 은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당초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뒤 5월말이나 6월초 쯤 미국 연수를 가기로 했는데, 7월 전당대회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정권교체에 크게 기여한 장본인으로서 현재 정국이 어려운데 본인 혼자 외국에 나가는 것이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다”며 “하반기 18대 국회의 원구성과 지도부 구성이 있은 후 당이 안정을 찾았을 때 홀가분하게 (외국으로) 나가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그가 원외 인사로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자칫 총선 책임론에 휩싸일 경우 당내 분란만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정계 복귀 시사는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이나 복당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스스로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여전히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시나리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의원 스스로 전대에 출마하기 보다는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워 배후에서 세결집을 시도한 뒤, 예정대로 자신은 7월 이후 유학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편 공성진 의원을 비롯한 이재오계 핵심 측근들은 이날 오후 이 의원과 시내 모처에서 만나,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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