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인사 “대선 전 김경준 접견”
친박계 인사 “대선 전 김경준 접견”
  • 신아일보
  • 승인 2008.05.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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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측 “개인 차원서 이뤄진 일 ‘기획입국 시도’ 근거 없다”
민주 “김경준 기획입국설 허위확인…정두언 조사하라”

친박근혜계 한 인사가 지난해 3월 미국 LA에 수감돼 있던 김경준씨를 만났다고 1일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수도권에 출마했던 법조인 출신 유씨는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지난해 8월)을 다섯 달 앞둔 지난해 3월 김경준씨의 미국 변호사인 심모씨와 함께 김경준씨를 면회했다”고 밝혔다.
CBS가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그는 미국 방문 이유에 대해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양쪽 진영(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모두 TF팀이 있었다”며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해 흘러나오는 각종 의혹을 확인하고 검증하기 위한 자료를 찾기 위해 김경준을 찾아 갔다”고 밝혔다.
그는 김경준씨와의 대화내용에 대해 “김경준이 귀국해서 주장한 내용들을 앞서 들었다”며 “내가 찾아가니까 김경준이 장황하게 BBK 관련사건 얘기를 늘어놨다. BBK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후보라는 주장을 모두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씨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나는 검사 출신으로 ‘말’은 믿지 않는다”며 “그래서 김경준에게 증거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씨가 대선직전에 입국한 이유에 대해서는 “민사 소송이 끝나서 여유롭게 들어 온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김경준이 안일하게 생각했다. 한국 검찰을 무시한 측면도 있고 상황 판단을 잘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을 다녀오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박근혜 전대표도 내가 다녀온 걸 모른다”며 “내가 변호사 자격증도 있고 하니 박 후보를 위해서 직접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김경준에게 속은 사건인 것이 맞다”며 “하지만 김경준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만큼 일을 벌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친박계 유모 변호사가 미국 LA연방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김경준씨를 접견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일 뿐 캠프나 조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날 “당시로서는 BBK 문제가 최고의 쟁점이었고 의혹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결코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가질 수 없는 중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정보 수집은 기본 사항이었다”며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전이었고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의혹이 눈덩이처럼 증폭되던 상황이었고 전 국민적 관심사였다”며 “캠프나 조직 차원에서는 논의된 적이 없었던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친박계가 ‘기획입국’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유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김경준씨를 기획입국시킬 영향력이나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정부 여당도 아닌데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가 필요하다면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은 “모르겠다. 처음 듣는 얘기여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이 제기한 ‘김경준 기획입국설’이 허위로 확인됐다며 민주당 관련설을 주장해온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을 조사하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친박계 인사인 유모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경선 다섯 달 전 미국 LA에서 김경준씨를 접견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기획입국설은 한나라당이 조작해 퍼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이제 한나라당 스스로 고백해야 할 때”라며 “김경준을 선거 전에 접촉한 인사가 유모씨 말고 또 있는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