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개성공단 방북 허용, 진정성 안 보여
北개성공단 방북 허용, 진정성 안 보여
  • 신아일보
  • 승인 2013.07.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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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허용을 협회에 전해 달라고 한 것은
남남 갈등 유발이고 비상식적 태도이다

북한이 엊그제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인원의 방북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혀 대화의 실마리가 풀릴지 관심이 집중 된다.
통일부는 지난 3일 오후 북한이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장마철 설비·자재 피해와 관련해 기업들의 긴급대책 수립을 위해 공단 방문을 허용하고 방문 시 통행·통신에 필요한 보장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관리위 관계자도 함께 방문해도 되며 방문 기간 중 필요한 협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판문점 연락을 재개한 것은 지난 달 12일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후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은 남측이 매일 통화 요청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3일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 출입 제한이 이뤄진 지 3개월째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통일부에 ‘방북을 허용한다고 협회와 관리위원회에 전해 달라’고만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 정부를 협의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남남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꼼수라고 하겠다. 고립무원의 북한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개성공단을 촉매로 우리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최상의 접근 방법일터인데 이를 저버리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진정성있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같은 속내를 읽고 북한 측에 오는 6일 판문점에서 개성공단 관련 남북당국간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공식 제의한 것은 당연하다. 우회적으로 북한의 개성공단 방북허용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과거 금강산 관광중단 사건에서 충분한 학습을 한 바가 있다. 개성공단 사태가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진단이기도 하다. 북한 김정일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관광객의 안전보장 등 필요한 조치에 합의했으나 이를 확인하기 위한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한 발을 빼는 바람에 불발됐다. 이후 북한은 금강산 자산을 몰수했다. 북한의 억지인 반 기업정서를 드러낸 것이었다.
개성공단 사태도 이와 흡사하다. 공단을 정치적인 논리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없으면 제2의 개성공단 사태를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확실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고립무원의 처지를 확인했다. 북한이 혈맹이라고 주장하는 중국도 이미 등을 돌린 상태이다. 그 기저에는 북한의 무식한 대외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상식과 규범이 통하는 대외 관계를 펼쳐 나가지 않으면 북한의 미래는 암울하기만하다.
현재 놓인 북한의 현주소를 당사자인 북한만 모른다. 이왕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탈출구를 찾으려면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여야 된다. 북한은 대한민국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정부가 제의한 당국자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하기를 당부한다. 이 기회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한이 있어도 확실한 조치를 강구하기 전에는 재가동에 응해서는 안 된다. 급한 것은 북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