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외교” 속은“관광”
겉은“외교” 속은“관광”
  • 신아일보
  • 승인 2008.04.2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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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일정은 명분, 대부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17대 국회 상임위 해외 나들이 실태

제17대 국회 상임위원회가 ‘의원외교’ 명목으로 방문한 국가는 총 13개국으로 방문횟수는 총 54회로 많게는 6회, 적게는 3회까지 방문국이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들이 앞다퉈 외유를 떠나고 ‘관광성 외유’가 말썽을 일으키자 국회는 국회의장이 한 달에 3개 이상의 의원단이 해외에 나가거나, 의원이나 의원단이 같은 해에 같은 국가를 동일한 목적으로 2회 이상 방문하는 것을 막도록 제한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17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이 동료 의원들의 외류를 막기 위해 이같은 제한권을 행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상임위의 외교활동은 방문지역과 일정에 관한 계획서를 전년도 11월30일까지 제출해야하지만 이를 미리 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사문화 됐다. 이에따라 일주일 전이나 돼서야 방문국에 통보해 현지 담당자들이 일정을 만들지 못해 허겁지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해외 방문국이 겹치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의원들이 선호하는 국가를 찾아 가 ‘내맘대로 식’ 외교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국회내의 외교활동 운영협의회는 연말에 한 차례 모여 다음해 예산 총액과 방문할 상임위나 의원친선협회의 ‘순번’을 정한다. 방문지나 일정 결정은 방문 당사자인 상임위나 친선협회, 외교협의회 등이 알아서 정한다. 이때문에 다른 단체가 갔어도 ‘내가 가고 싶으면 또 가면 되는 것’이다.
공식일정은 명분이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2005년 5월10일 국회 건교위 국회의원 6명은 ‘남미 교통문제 연구’를 위해 페루 국회의사당에 방문했지만 약속시간이 지나도 페루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한나라당 소속의원 2명은 자리를 떴다고 알려졌다.
같은해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선진 외국의 지방자치제도 연구’를 위해 프랑스,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일정표에는 베르사유 궁전,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등의 방문계획이 잡혀 있었다.
의원들의 현지 방문 사례에서는 현지인이나 교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식당에서 “대우가 안 좋다”고 소란을 피우는가 하면 호텔방이 마음에 안 들어 행패를 부리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7대 국회 상임위가 방문한 국가는 미국(6회), 노르웨이(5), 스웨덴(5), 이집트(5), 체코(5), 그리스(4), 터키(4), 페루(4), 핀란드(4), 남아프리카공화국(3), 러시아(3), 브라질(3), 케냐(3) 등으로 총 13개국이다.
국회 사무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의원외교 예산 총액은 2006년 35억2400만 원에서 2007년 50억6700만 원으로 대폭 늘었고 2008년에 배당된 예산은 49억70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