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석 수석 사퇴 후폭풍
박미석 수석 사퇴 후폭풍
  • 신아일보
  • 승인 2008.04.2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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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수석도 거취에 촉각
야권, 김병국·이동관·이봉화등 추가 사퇴 ‘압박’

부동산 투기·거짓 해명 의혹을 받던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이 이번 문제가 박 수석의 사퇴로 귀결되서는 안 된다며 재산공개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수석비서관들의 추가 사퇴 및 경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수석에게 집중됐던 비난 여론이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에게 옮겨간 형국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2004년 11월 강원 춘천시 신북읍 산천리에 지인들과 공동매입한 하천·대지 8109㎡(2452평)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지역 땅이 구입 당시보다 두 배 가량 값이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기 의혹이 제기됐고, 이 대변인을 비롯해 공동매입자 모두 현재 이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 않아 농지법 위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대변인은 “‘매입자가 반드시 직접 경작을 해야한다’는 실정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 규정에 따라 농지은행에 위탁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적법한 조치를 바로 취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청와대 대변인의 실정법 위반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판교 신도시 예정지 인근 ‘금싸라기 땅’에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학생이던 1983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에 매입한 3억2700만원 상당의 도로 및 임야가 문제가 된 것.
매입 당시 주소지는 금토동이었지만 이듬해 원래 주소지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으로 주민등록을 옮겼다고 알려지면서 외지인의 농지 매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관련 규정을 피해 위장전입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처럼 일부 수석비서관들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야당이 재산파동의 최종 책임자로 이 대통령을 지목하고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향후 ‘인선 책임론’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물론 인사검증 시스템을 문제 삼는 동시에 새 정부의 도덕성을 집중 공략하면서 파상공세를 퍼부을 태세다.
여당인 한나라당마저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뿐 재산파동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향후 청와대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 줄 지 미지수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토지 취득 경위와 민심을 보고 이를 논의하려 했는데 박 수석이 스스로 사퇴했다”고 말했을 뿐 나머지 수석비서관들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그간 한나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적잖은 부담감을 안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이날 청와대 박미석 수석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사퇴한 데 이어 문제가 되고 있는 김병국 외교안보수석과 이동관 대변인,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 등에 대해서도 추가 사퇴를 요구했다.
또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잘못된 인사의 임명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보완을 요청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박미석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여당은 마치 도마뱀 꼬리를 자르듯이 정리가 됐다는 분위기로 나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만약 청와대나 여당이 박미석 수석 한 사람이 사표를 낸 것으로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청와대 수석들이 위장전입을 하고, 농지법을 위반하는 자세로 청와대에 버젓이 앉아서 대통령을 보필하고 보좌하는 것을 국민들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위장 전입을 한 분들이 대통령의 최고의 신임을 받으면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들을 임명할 때)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인사라고 했는데 워스트 어브 워스트 인사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워스트 오브 워스트인 박미석 수석 말고, 나머지 워스트들도 사퇴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현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고 칭찬한 분들은 한결같이 땅투기, 위장전입, 거짓해명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으며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몰염치한 사람들”이라며 “대통령은 고소영, 강부자 출신 인사에 대한 집착은 그만 접고 도덕성, 경륜과 능력을 갖춘 인사들을 발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은 즉시 잘못된 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박 수석에 대해서는 자진사퇴가 아니라 경질을 해야 한다”며 “잘못이 별로 없는데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사표를 수리한다는 식의 미봉책으로 넘어가서는 잘못된 인사검증시스템을 결코 바로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수석과 다를 바 없는 이동관 대변인과 곽승준, 김병국 수석과 함께 공무원 신분으로 위장전입을 했던 이봉화 차관도 즉시 경질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부터 자정능력을 회복하고, 인사검증시스템의 부재를 가져 온 민정수석실을 쇄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박 수석의 사퇴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연한 결정”이라며 “청와대는 박 수석이 사의를 표했다는 이유로 재산 공재 과정에서 드러난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논란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정법 위반에 땅 투기 의혹이 여전한 이동관 대변인과 다른 청와대 수석들도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이번 강부자 청와대 논란과 관련하여 상실감과 허탈감에 빠진 국민들께 정중히 사과하고,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박 수석의 거취 문제로 불거진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가 고위 공직자들의 기본적 철학과 그에 대한 책임에 있다”며 “자신의 이해를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법과 도덕을 무시해도 괜찮다는 부패성이 국가 전체에 만연해 있음을 박 수석은 몸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문제는 박 수석에게 그치지 않는다. 박 수석 외에도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 의혹을 받는 다수의 청와대 비서진이 존재한다”며 “박 수석 사퇴로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 청와대 의도라면 이는 민심을 거스르는 얄팍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문제가 된 나머지 인사들의 사퇴도 압박했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