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청와대 기강잡기 ‘훈계’
李대통령, 청와대 기강잡기 ‘훈계’
  • 신아일보
  • 승인 2008.04.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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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들어온 사람 많다”
“청와대 공직자는 일반 공직자와 다른데 ‘과연 내가 헌신하고 봉사하고 희생할 만한 결심이 돼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기회도 없이 들어온 사람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해외 순방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청와대 직원의 기본정신으로 헌신·봉사·희생정신과 뚜렷한 목표의식,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았다.
이는 지난 ‘4.9 총선’ 과정에 청와대 4급 행정관 최모씨가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했다가 해임된 데 이어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 ‘혁신도시 수정’ 논란이 불거지는 등 내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청와대 일부 수석비서관들의 재산 공개로 투기·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과 관련, 새 정부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산 문제가 불거진 일부 수석비서관들의 경질 여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때 그때 휘말리거나 몰입해 버리면 점점 능력이 떨어지니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들은 여기 오기 전에 돈 벌이도 잘 되고 대우도 좋은 자리를 두고 온 사람이 많은데 헌신이나 봉사정신, 공적 목표가 없으면 힘들다”며 “청소 직원부터 수석비서관, 실장, 나까지 전부 청와대의 홍보요원이다. 누구나 청와대를 대표하는 사람이고 얼굴”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구성원으로서의 상징성을 감안하라는 뜻인데 이 때문에 새 정부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해당 수석들이 사표를 내더라도 반려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일하는 청와대’ ‘실용적인 청와대’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강 잡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두 달 동안 ‘청와대에는 부자들이 모여 있다’는 인상을 줬다. ‘기민하게 국민들이 바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도 굳히지 못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총선이나 재산등록이 있어서 집중해서 일 할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볼 때 ‘청와대는 실용적인 정책을 내 놓고, 한번 내 놓은 정책은 끝까지 챙긴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들에게도 일침을 놓았다. 이 대통령은 “부처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도 있는데 여러분은 부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어느 부처에서 파견됐든 여기 오면 청와대 직원인데, 부처 쪽 일만 신경쓰거나 ‘여기서 잘 보여야 잘 되서 돌아갈 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면 청와대의 멤버가 될 자격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또 “어떤 경로로 청와대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냥 늘 해 오던 대로, 사회경험으로 공직생활을 한다고 제대로 된 공직자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수석이나 1급이나 6급 직원이나 왜 공직자가 되려고 했는지, 공직자가 되면 뭐가 달라질지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덜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쓸데없는 ‘줄 서기’나 파벌 형성, 부처 이기주의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된 공무원들에게 했던 일련의 ‘경고성 발언’과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파견 공무원들의 부처 이기주의를 ‘소아병’에 빗대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