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돈 공천’논란 45년째
비례대표‘돈 공천’논란 45년째
  • 신아일보
  • 승인 2008.04.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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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권익 보호·의원 전문성 보완 취지 못살려
부적격자 가려내는 제도 개선 불가피…여론 확산

18대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돈 공천’ 파문을 계기로 비례대표 선정 작업에 투명성을 기하는 등 제도 개선 작업이 불가피 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창조한국당의 이한정, 친박연대의 양정례, 통합민주당의 정국교 당선자가 수억원을 특별당비 명목으로 지불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또다른 부적격자들도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직능 대표성이 없거나 경력이 미비한 인사가 명부에 오르는 등 비례대표 제도가 소수자 권익 보호와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보완이라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54석을 비례대표로 두고 있다.
1963년 박정희 정권 때 ‘전국구’라는 명칭으로 처음 도입된 비례대표제는 ‘금배지’를 사고 파는 폐단으로 끊임없이 폐지론에 시달려 왔다.
민주국민당 김윤환 전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헌금 명목으로 두원그룹 김찬두 회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아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며 1992년에도 이기택 전 한나라당 고문이 전국구 후보 내정자들에게 총 210억원의 특별당비를 사용했다고 시인, 파문을 일으켰다.
2000년에는 당시 민주당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15명의 돈 공천설을 제기하며 상위 순번 8명의 공식·비공식 헌금 합계만 1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 여야간 공방이 거듭됐다.
특히 헌금액은 전국구 순위 배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국구(全國區)가 아닌 전국구(錢國區)’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돈다.
정치권이 공천자금 유혹을 휩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만성적인 돈 가뭄 때문이다. 여당 보다는 야당 주변에서 공천 자금 의혹이 나도는 점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비례대표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기는 하지만 주로 당내 실력자들에 의한 밀실공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감시체계도 부실한 실정이다.
한나라당에선 청와대가 비례대표로 선정할 10여명의 명단을 넘겨줬다는 ‘청와대 개입설’이 나오는가 하면 ‘친이계 싹쓸이설’까지 불거졌으며 민주당도 ‘계파간 나눠먹기 공천’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구 공천심사 이상의 투명하고 엄격한 공천심사만이 공천헌금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지역구 공천은 엄격하게 하면서 비례대표 공천은 막판에 얼렁뚱땅 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며 “투명한 비례대표 공천이 이뤄지도록 각 정당이 당헌 당규에 관련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비례대표야말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필요한 제도지만 어떤 원칙과 기준에 의해 선정되는지가 밝혀지지 않고 선정된 사람들에 대한 당내 추인 과정도 없다”면서 “외국은 선정된 명단을 놓고 당원 투표, 대의원 투표를 거쳐 추인받고 있다”고 말했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