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우씨 등 6명 페이퍼컴퍼니"
"유근우씨 등 6명 페이퍼컴퍼니"
  • 윤다혜 기자
  • 승인 2013.06.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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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7차 명단 공개… 예보 "공적자금 회수 목적" 해명

 

▲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뉴스타파-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크라우드소싱 론칭 및 7차명단을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이근행(오른쪽) 총괄PD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7차 명단으로 유근우씨를 비롯한 예금보험공사와 예보 산하 정리금융공사 출신 임직원 6명을 발표했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15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7차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근우씨 등 예금보험공사와 산하 정리금융공사 출신 임직원 6명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금융당국이 역외탈세 혐의자와 조세피난처를 통해 불법으로 외환을 거래한 혐의가 있는 인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파장이 예상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유근우 전 예보 직원은 지난 1999년 9월24일 버진아일랜드에 'SUNART FINANCE LIMITED'이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페이퍼컴퍼니에는 유 전 예보 직원을 비롯해 김기돈 전 정리금융공사 사장, 진대권 전 정리금융공사 직원, 조정호 전 정리금융공사 직원, 채후영 전 정리금융공사 직원 5명이 등기이사로 기재됐다.

또 같은해 12월2일에 설립된 'TRACKVILA HOLDINGS LIMITED'에도 유 전 예보직원과 허용 전 정리금융공사 직원, 김기돈 전 정리금융공사 사장, 조정호 전 정리금융공사 직원, 채후영 전 정리금융공사 직원이 등기이사로 기재됐다. 

뉴스타파는 예보 측에 페이퍼컴퍼니 운용과 관련된 기록을 요구했으나 예보는 관련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뉴스타파 관계자는 "아무리 IMF 외환위기 시기였다 하더라도 순수하게 공적 자금 회수가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예보 이름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게 정석"이라며 "수천 만 달러의 금융 자산이 예보 직원 개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와 이와 연결된 해외계좌로 오갔다면 그 과정에서 금융 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보는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명분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고, 이를 통해 수천만 달러를 회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령회사 운영 사실은 십년넘게 베일에 가려진채 감독기관이나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되지 않았다"며 "관련 기록이 얼마나 보관되고 있는지조차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예보 측에 페이퍼컴퍼니 운용과 관련된 기록을 요구했으나 예보는 관련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예보는 이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부실 금융기관으로 퇴출된 삼양종금의 해외자산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해명했다는게 뉴스타파의 측의 설명이다.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이날부터 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관련 지식과 정보를 모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형태인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으로 전환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ICIJ는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부터 버진아일랜드 등 10개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10만여개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정보를 세계 모든 사람이 접근해 검색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데이터페이스 시스템을 개발해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한다. 

뉴스타파도 ICIJ에 데이터베이스 공개에 맞춰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때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과 기업의 목록,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를 뉴스타파 웹사이트에 게시한다. 

그동안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한국 파트너로 참여해 공동취재를 해왔다.

한국인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 명의 고객 명단과 12만20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22일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며 1차 명단을 밝혔다. 당시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조욱래 DSDL 회장과 그의 아들 등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지난달 27일 2차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그의 부인,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달 30일 발표된 3차 명단에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그의 배우자인 배우 윤석화, 이수형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 등 문화·교육계 인사 등이 포함됐다.

지난 3일 발표된 4차 명단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의 이름이 거명됐다. 지난 6일 발표된 5차 명단을 통해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 컴퍼니 3곳을 밝혔다. 지난 4일 공개한 6차 명단에는 풍력 발전에 쓰이는 타워 제조 분야 세계 1위인 씨에스 윈드의 김성권 회장과 의류업체 노브랜드의 김기홍 회장, 갑을 오토텍의 박효상 사장과 SSCP의 오정현 사장이 포함됐다. 

뉴스타파가 이날 7차 명단까지 발표하면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은 모두 31명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