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선 개입' 원세훈·김용판 불구속 기소
檢, '대선 개입' 원세훈·김용판 불구속 기소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3.06.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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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전 3차장, 심리정보국장, 심리정보국 직원 등은 기소유예
원세훈 전 국정원장

증거인멸 서울경찰청 박모 경감 불구속 기소
'기밀 누설' 국정원 전 직원 2명 불구속 기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57일 만에 원세훈(62)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을 사법처리했다.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1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옛 심리정보국 직원들에게 인터넷상에서 정부·여당을 지지하거나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게재토록 지시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주요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정부비판 세력을 견제하라는 취지로 작성한 25건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하달하고 정치·선거 개입 관련 활동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국정원 서버와 문건 등 각종 압수물과 국정원 직원의 통화·이메일 내역, 15개 인터넷사이트 등에 대한 분석 결과, 원 전 원장의 지시하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정치적 성향의 댓글을 올리는 등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 이외에도 합법적인 직무범위를 벗어나 불법적인 지시를 수시로 반복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같은 지시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은 북한 및 종북세력에 대한 대처 명목으로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다만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김모(29·여)씨 등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 3명, 민간인 이모(42)씨에 대해서는 상명하복 관계에서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고 기소유예하고, 나머지 심리정보국 직원들은 입건유예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경찰 수사 당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청장을 형법상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청장은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의 수사를 축소·은폐토록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대선 직전 부실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토록 지시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여)씨의 컴퓨터 분석 과정에서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의뢰한 키워드 78개를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등 4개로 줄여 분석토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선을 사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련 댓글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며 부실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토록 해 선거에 영향력을 끼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당시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는 사이버범죄수사대 박모 경감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다만 김기용 전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범행가담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하고, 박모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해선 보강 수사를 하기로 했다.

검찰은 아울러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신상정보 등을 누설한 정모씨를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기밀 정보를 전달받아 민주당에 건넨 전직 국정원 직원 김모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를 불법 감금한 민주당 당직자 정모씨 등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앞으로 수사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